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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흑 리맨물~~ 쿠로코는 경력 3년차, 이제 제법 인정받은 사원. 아무리 야근을 해도! 아무리 잔업을 해도! 언제나 보송한 향기 나는 와이셔츠 차림새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사람이 없지도 많지도 않은 전철. 얼마 전부터 비슷한 시간대에 타는
남자가 있는데 신입사원인지 엄청 피곤해하며 꾸벅 졸기 일수. 쿠로코 어깨를 빌려 자는데 깨우기도 그렇고 3년 전의 제 모습 같아서 힘내세요 신입 군! ㅍvㅍ* 하고 그냥 어깨를 내줍니다. 늘 앉을 자리는 있는 시간대라 굳이 다른 곳
(예를 들면 2-2 말고 7-1로 간다던지) 안가도 되긴 해도 매일 마주치는 게 신기하고 늘 한결같이 잘 자는 것도 신기~ 사원증에 적힌 풀네임 보고 싶은데 성은 가려져 안 보이고 세이쥬로란 이름만 보이고. 매일 자고 있긴 하지만
몇 달을 보니 마음속 어디선가 스물스물 친근감이 형성된다. 마음속 호칭 변화도 신입군→빨강군→세이군. 내리는 역이 되서 슬그머니 고개를 위로 올리면 그 자세로 잠시 있어서 아카시를 두고 쿠로코가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가끔 피로에 지친 얼굴로 앉은 아카시 손에 몰래 바닐라캔디 한두 개 쥐어주면 괜히 뿌듯해서 귀가하다 웃고. 다음날 전철 안에 타서 고개를 휘휘 돌리며 찾는데 시치미 뚝 떼고 있는 것도 넘 좋다. 내적 친밀감이 쑥쑥 자랄 즈음
쿠로코는 세이군은 어떤 사람일까요? 하고 궁금증이 커져가서 잠든 얼굴을 스리슬쩍 본다던가 하는데 지친 모습마저도 넘 잘생긴 것. 한참 뚫어지게 봐도 반응이 없으니까 가끔 머리카락도 만지작해보기~ 어느 날은 앞머리가 꽤 긴 거 같아서
손으로 살살 넘겨주고 있었는데 아카시가 눈감은 채로 "바닐라 요정님?" 하고 말해서 심장 떨어질 뻔. "눈뜨면 도망갈까봐요." 말하는 목소리에 어린 웃음기 때문에 두근두근. 위험한 사람입니다ㅍ//ㅍ. 그래서 그날부터는 아카시가
좌석에 앉아 눈을 감으면 쿠로코가 그 옆에 스윽 앉는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쿠로코가 문득 세이군, 하고 불러버렸는데 아카시 굉장히 기쁜 얼굴하면서 자기 풀네임 말하고 그래도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다고 해라.
아니 설정 붕괴네. 눈은 안떴어도 엄청 기뻐보이고 꽃 날리는 이미지 느껴진다고 칩시다. 암튼 그렇게 시작된 좋은 인연은 나중에 아카시가 하던 일 잘 됐다구 한턱 쏜다고 데이트 신청하는 걸로 이어지는데...그는 단순한 신입이 아니다!
쿠로코는 상상도 못하는 금액의 요정에서 고급 정찬 요리 사주는데 참치 뱃살 요리 보며 '날 팔아도 살 수 없을 거 같다' 이런 생각하고. 나중에 들어보니 후계자 시험으로 말단으로 입사해서 프로젝트 참여한 거 대박쳐서 폭풍승진
원래도 굴리던 주식이 있어 돈은 많았는데 이제 정식으로 실력도 인정받았고~~ 칼퇴해도 되는데 쿠로코랑 같은 시간대 귀가하려고 일부러 잔업하니 나쁜 상사임ㅋㅋㅋㅋ 어느날 쿠로코네 회사에 지령 내려오더니 쿠로코 외근돌림.
예상처럼 그것은 아카시네~ 큰 계약 체결해주고 쿠로코를 개인 비서로. 꼼꼼한 성격과 눈에 띄지 않는 입 무거움, 이라는 완벽한 조건이라 쿠로코네 회사에서도 왜 그 아카시가 데려가나 하는 의문은 전혀 안 나옴. 얼마 전까진 귀가메이트
였는데 상사되벌임......아카시 본인도 일처리 잘해서 쿠로코 전보다 할 일이 줄고....뭣보다 아카시가 혼자 먹기 싫다고 점심, 저녁 같이 먹자 그래서 뜻밖의 칼퇴. 아카시 부하들은 쿠로코 가끔 집안일로 며칠 안오면 울고불고
쿠로코 비서님 언제오세요ㅠㅠ 빨리 오셔야해요ㅠ 이사님이 퇴근 안해요ㅠㅠ 난리법석. 어느날은 본가 다녀와서 채소 잔뜩 생겼는데 다음날 아카시 오찬 스케줄 있어서 혼자 먹겠지 하고 도시락 싸감. 그리고 아침부터 나간 아카시 문자
테츠야. 혼자라고 대충 챙기지 말고 제대로 먹어. 나갈 때 로비에서 법인카드 받아가고. ㅍvㅍ 나갈 필요 없습니다. 도시락 싸왔어요 [사진] 그뒤로 조용하더니 우당탕 소리와 함께 아카시 뛰어들어와서 깜놀ㅇ0ㅇ 이사님? 점심은요
어딨어 나줘. 네? 테츠 도시락. 네에? 오늘 임원진 회의에 들어온 3만엔짜리 로케도시락 갖다줄게. 이사님이 먹을 만한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내 입에 들어가니까 내 의지가 중요해. 그보다 오찬 약속 있으셨잖아요....
지금 나한테 그런 사진 보내주고 오찬 타령이야? 그러고는 성큼성큼 도시락 낚아채더니 와구와구 먹는 아카시 이사님. 쿠로코는 입맛에 안 맞음 어떻게 하지 걱정인데 순식간에 해치우더니 너무 맛있어, 테츠야. 보답으로 점심 살게.
3만엔짜리 도시락으론 안돼. 그러고 나가서 또 비싼, 전통있는 집 요리 대접. 자기 혼자 먹어도 되나 싶은데 아카시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며 권해주니까 배터져라 열심히 먹어라. 그리고 그 날 이후 비서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남. 도시락 싸기. 법인카드 하나 기어이 안겨주면서 최고급 재료사서 만들어달라고 하더니 그날그날 끝나고 장보면 '테츠야, 이정도 가지고 괜찮겠어?' 결제 문자 받은 아카시한테 연락옴. ㅋㅋㅋ 더 팍팍 쓰라고.
쿠로코 기준에서는 손떨리는 금액인데 가끔 아카시가 미리 주문했다고 찾아가라는 거 보면 유바리 멜론 한 통 1600만엔. 아카시 거만 만들고 자기 거 따로 만드니 자꾸 바꿔먹자는 둥 지금 나 밥먹는데 괜히 신경 쓰이게 하냐는 둥
우는 소리 해서 쿠로코도 덩달아 호화 도시락. 재료가 좋으니 웬만해선 요리 맛있고~ 저녁은 아카시가 혼자 먹기 싫다고 먹여 보내고. 그리고 이 모든 건 야근 취급 받아 수당 쭉쭉 오른다. 아카시 생일 날 쿠로코 고민하다가 물빛도는
넥타이핀 선물했는데 그 몇십 배 값어치하는 넥타이핀 두고 그것만 차고 다닌다. 한 번 잃어버린 적 있었는데 엄청난 살얼음판이라 전직원들이 쿠로코 보고 제발 살려달라고 해서 이번엔 이름 각인해서 사다줬더니 갑자기 이례없는 조기퇴근.
자기 개인 비서가 그냥 그런 스타일인 건 참을 수 없다며 눈빠질 만큼 비싼 양복으로 쫙 빼입히기, 근처에서 일 도와주라면서 자기집 바로 아래층으로 프라이빗 초호화 맨션 선물, 외제차 종류별로 차키 주기 등등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카시 취향으로 만들어놓고 홀라당 잡아먹어라. 나중에 쿠로코한테 실은 일부러 잔업하면서 굳이 전철타고 다녔다고, 드디어 n개월만에 테츠야가 오롯이 내 것이 됐군*ⓛㅅⓛ* 하면서 고백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