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 이름, 쿠로코 테츠야. 보통의 인간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두 용이라 평범한 인간은 어떤지 모르지만, 테츠야는 꽤 순하고 영특했다. 아카시와 내쉬가 쉬지 않고 말하는 ‘파파’가 그 둘을 지칭하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그 비스무리한 소리를 내며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내쉬는 자신과 아카시를 부르는 테츠야의 ‘파파’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야.” “무슨 일로 부르지.” “왜 너 부를 땐 웃으면서 파파냐. 사루, 너 지금 차별하지?” “테츠야에게 사루라고 하지 말랬을 텐데. 그리고 차별이 아니라 테츠야도 뭘 아는 거지.” “인간이나 원숭이나 별 차이도 없구만.” 사실 테츠야가 내쉬를 부를 때 웃지 않는 건 아니다. 굳이, 굳이 표현하자면 1mm 정도 입꼬리가 덜 ..
02. 미도리마의 고백 미도리마와 쿠로코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취미를 놓고 본다면 제법 독서 취향이 맞는 좋은 친구로 남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성격의 차이가 자꾸만 둘을 갈라놓았기 때문이었다.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쿠로코가 보기에는 미도리마는 너무 지나치게 진중한 감이 없지 않았다. 신중하고 또 계획적인 사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오하아사를 시청하고 계획한 일대로 움직인다. 쿠로코도 나름 계획적으로 생활한다지만, 적당히 유동적이라 숨이 턱턱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쿠로코는 한 때 미도리마를 볼 때마다 질식할 것만 같았다. 미도리마의, 그의 치밀한 행동 계획과 그걸 착실히 지켜나가는 그의 성실함에. 아마, 미도리마 군도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쿠..
적흑골은 처음부터 용지 설정해둔 한글로 작성했습니다.용지 설정은 인터넷 보고 한 거지만.......이상하면 안 되는데...!녹흑 트윈지 내지 샘플과 마찬가지로 웹공한 분량입니다.다만 퇴고 과정에서 좀 바뀌었어요.그렇지만 눈은 소중하니까! 힘들게 읽지 맙시다... 인포에 깜박하고 안 썼는데라겜 결말이 조금 들어 있어서 앗 네타! 하려다 생각해보니적흑'골'인 시점에서 이미 상관없지 않았나...... 적흑골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책처럼 내고 싶어서후기 페이지가 아예 없습니다.내용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고, 다음 챕터가 8페이지인 관계로녹흑과 마찬가지로 할까 말까 모르겠어서...나중에 제가 처음 썰북을 내야지 생각하면서 적어둔 메모들만 올릴 예정인데요. 그 때 메모들/비하인드 스토리/후기를 같이 올리려고 합니..
녹흑은 웹공 샘플 이후부터 소장본용으로 용지 설정한 한글로 썼습니다.아무도 궁금해 하시지 않겠지만.....내지 편집이 이렇게 되어 있구나...보여드립니다...분량은 현재 웹공된 샘플 분량이라 글씨가 잘 안 보여도눈이 빠져라 힘들게 읽지 마시고.....그냥 이렇군...참고만 해주세요...물론 마감 후 퇴고 과정에서 조금 바뀐 부분이 있긴 합니다.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샘플 좀만 더 공개하고 싶다...생각했는데이제 보니 챕터 2가 8페이지라서 흠....언젠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녹흑은 후기 페이지가 나름 짧게 있습니다.하고 싶은 말은 더 많았지만...혹시 몰라서 ㅋㅋㅋㅋㅋㅋ나중에 쓰고 싶으면 길게 쓰러 올게요... 목차 페이지는 따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각 챕터 소제목을 함께 공개..
02. 테츠야의 파파는 둘. 깔끔, 단정, 모오-던. 아카시와 내쉬의 보금자리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 비슷비슷한 단어 같지만 아무튼. 그러나 아카시가 어느 날 숲에서 버려진 테츠야를 주워 온 이후 가장 빠르게 바뀌었다. 제일 먼저 나오는 아늑한 공간은 아기를 위한 물품, 식재료 따위가 가득했다. 그 공간만 똑 떼어놓고 보여준다면 세간 사람들은 모두 아기를 사랑하는 부모일 거라며 칭송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 테츠야는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보며 꺄르르 웃고 있었다. “쟨 저게 각종 희귀한 보석들인 거 알까 몰라.” “반짝이는 것 하면 역시 보석이니까 어쩔 수 없지.” “태어나서부터 계속 이래서, 나중에 눈이 너무 높아지면 곤란한데.”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 내쉬의 입가는 미미한 미소를 머금고 ..
‘그’가 태어날 적에 누구도 울어주지 않았지만 세상 그 무엇도 하찮게 여기는 두 드래곤이 그를 위해 울어주었단다. 이것은 한 인간 아이를 주운 드래곤들과 그 아이의 이야기이다. 대륙에는 여러 드래곤이 있었지만 개중 군계일학인 드래곤을 뽑으라고 한다면 딱 두 드래곤이 뽑힐 것이다. 일족 특징인 불과도 같은 성정의 완벽한 표본 레드 드래곤 아카시 세이쥬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골드 드래곤의 특징과 딴판인 내쉬 골드 주니어. 대부분의 드래곤이 그렇듯, 이 둘 역시 인간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아카시 세이쥬로가 인간 아이를 주워오기 전까지 말이다. 01. 아기를 주워버렸어. “내쉬, 문 열어.” “너랑 나랑 같은 급이면서 명령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네가 열고 들어와.” “손을 사용할 수 없..
01. 자각 "그래, 일단...궁금한 게 많지만 제일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슴다. 대체 언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미도리맛치, 쿠로콧치 볼 때마다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잖아요. 키세의 질문에 미도리마는 잠시 손가락 끝을 매만지더니 - 이제 그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겨 있지 않았지만 습관은 무서웠다. - 무어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여러모로 짐승같은 아오미네만이 알아듣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와, 나 키세 드라마에서 하는 대사 듣고 재수없다고 욕한 적 많긴 한데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줄 몰랐다." "너무함다!" "그래서 뭐라고 한 거구-" "쿠로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아니라, 내가 인정한 사람이 고작 그런 학교에 간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
1. 발표 냄비 전골이 한참 보글보글 끓는 걸 보며 키세는 지루하다는 듯 젓가락을 휘휘 돌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기 모임은 언제나 즐겁고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하하호호 이야기가 오갈 때 일이다. 아카시 주최로 언제부턴가 시작된 이 자리는 표면적으로는 테이코 농구부 동창회이자 기적의 세대 친목 모임이었다. 하지만 실상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아카시 세이쥬로 때문에 - 다른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약속 잡기는 쉬웠으므로 - 모임이 열리는 경우라면 무언가 꼭 말하고 싶은 안건이 있을 때 뿐이었다. 모처럼 오프였는데 말임다. 직업병인지 속으로만 불퉁한 키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카시는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아카시 본인의 일도, 대신 말할 일도 아니구나. 그저 그 정도만 짐작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