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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강한 제국의 황제를 아버지로 둔 아카시는 수많은 자식들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 자식이란 제가 가꿔온 제국의 명성을 연명할 녀석, 정도의 생각을 하는 비정한 아비가 요구하는 혹독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밤동안 코피를 쏟았다.



자식에게도 따스한 햇살같은 아비는 아니었고 모든 일의 결정은 손익계산에 충실히 이루어졌다. 인간적인 따스함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제국은 부유했다. 황후부터 황비, 수많은 후궁들은 사랑받지 못했음에도 궁 밖의 행복히 웃는 사람은 무수히 많았기에 아카시는



제 아비처럼 백성들을 웃게 하는 황제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그 곁을 지키는 건 단 한 사람. 아비의 선택으로 수많은 여인들은 불행했으니까. 아카시는 후계자 자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차지했다. 제 아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게 그 혼자였기 때문에.



굳건히 다져가는 입지. 사랑은 못 받더라도 신뢰는 받는 유일한 후계자. 황제가 하라면 해내는 충실한 심복과도 같은. 그러던 중 황제는 수십의 후궁들이 있음에도 한 속국의 공주를 또 들이기로 했다. 아카시는 별 관심이 없었음. 아카시의 어머니 역시 속국



출신으로 가장 아름다운 미녀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랑받으며 행복히 살고 싶어했지만 충성의 대가로 보내져 악몽같던 하룻밤으로 아카시를 낳았고 그 아름다웠던 사람은 마음의 병으로 일찍 떠났다. 아카시에게는 사랑이 어떤 건지 알려줄 사람이 없었고 아비



또한 무정했기에 아카시에게 결혼이란 이익을 보기 위한 가장 확실한 계약증명서일 뿐이었다. 결혼상대가 될 사람도 그저 사랑없이 동맹유지를 위해 함께 살 뿐, 불행한 삶을 기꺼이 감수할 사람이라는 의식. 그러나 저 또한 아비처럼 여럿을 들인다면 그것은



웃는 백성의 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기에 아카시 자신은 오직 한 사람, 본인의 불행한 삶을 감당할 여자 한 명만 맞겠다고 생각한 것. 아무튼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이성에 관심도 없고 그 어떤 미인을 본들 흔들리지 않아서 황제의 새 후궁이 될 여자를



데려 오라는 명을 받았다. 일년 내내 눈으로 새하얀 곳이라 했다. 그리고 그곳의 공주를 데려오면 되는 것인데 아카시가 도착했을 때 둘째 딸을 내주었음. 이름은 쿠로코 테츠나. 제 언니는 엄청난 미인인데 자매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수수하게 생겼다. 본래



첫째 딸이 가는 게 맞지만 어차피 동맹의 증거로 공주만 데려가면 되고 수많은 미인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황제였기에 제 언니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게 해주고 자신을 데려가달라는 테츠나의 소원 때문이었음. 짐은 단촐했다. 책 몇 권과 옷가지 몇 점. 흔한



장신구도 없었음. 추위 때문에 포근해보이는 숄을 두툼히 두르고 테츠나는 아카시와 함께 온 마차에 올랐음. 눈물도 작별 인사도 없었다. 불행해질 걸 알면서 떠나는 것은 아카시가 생각한 이상적인 상대. 아비의 후궁이 될 것만 아니라면 자신의 옆에 섰을텐데



아쉽기도 하고. 아카시는 몰랐다.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돌아가는 길에는 그사이 날이 더 추워져 길도 얼고 혼자도 아니였기에 빠르게 갈 수 없었음. 테츠나는 얌전해서 아카시가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었지만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선지



점점 추워지는 매서운 바람에도 그리 자주 밖을 보았더랬다. 그러던 중 돌풍에 테츠나의 숄이 날아가서 얼음물에 처박힘. 소중한 것인지 직접 주우려고 하는데 아카시가 만류하고 직접 건네줌. 얼음물에 담겼다 찬바람을 맞은 아카시 손은 벌겋게 변했고 아카시는



그냥 신경쓰지 않았는데 테츠나가 다른 숄로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감사 인사를 했다. 테츠나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선물해서 소중한 거라고. 제 손 위를 덮는 숄과 그 위에 놓인 작고 하얀 손. 그게 아카시가 처음 느껴본 따뜻함이었겠지.




잠들어서까지 아카시 손을 숄로 감싸 누르고 있던 테츠나 손을 보면서 아카시는 그 얼음물에 담근 게 자신 손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테츠나가 했다면 자신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고. 아카시 손은 아직 붉었고 여전히 바람을 맞았기에 손등에는 터진 상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자신의 숄이었기에 테츠나는 더욱 챙겨주려 했음. 누군가에게 단 한번도 그런 따스함을 겪어보지 못해서, 저와 비슷한 또래라서 아카시는 점점 테츠나를 마음에 담게 되었음. 춥기만 하던 그곳을 벗어나 제국으로 가는 도중에도 꽃을



보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라던지, 사실 제 아비가 급박히 돌아오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아카시 인생에는 퍽 낯선 축제 구경이라던지 하며 제국에 가까워졌겠지. 아카시는 테츠나가 아버지의 곁에서 불행하지 않았으면 했다.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연인이었으면



바랐지만 그건 그의 옆을 채우며 불행할 황태자비로는 아니었고. 황태자비로 들이기도 그런게 황제가 아닌 황태자 비로도 충분히 동맹의 굳건함을 보일 수 있지만, 아직 아카시가 승계한 것도 아닌데 조금이라도 그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달가워할 리 없었음.



그냥 저잣거리의 연인들처럼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도 좋으니 함께 있고 싶은데. 누구도 사랑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제가 하는 게 사랑인지도 몰랐다. 아카시 능력이면 설령 평민이 되더라도 충분히 테츠나를 먹여 살릴 수 있었는데 그런 제안을 하지도 못함.



테츠나가 황태자비가 된다면 제 아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그렇다고 황태자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서 옆에 있게 해달라 간청한다면 다른 속국들 입장에선 무슨 사정이건 간에 제 딸도 어떤 대접을 받을지 몰라 보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음.



표면상은 가장 강대한 제국의 황제 후궁으로 바라는 게 사랑만 아니라면 누구보다도 호화롭게 살 수 있었고, 어정쩡하게 정략 결혼을 할 바엔 황제의 후궁으로 보내자고 마음 먹게 하는 건데. 속국에서 더이상 딸을 보내지 않는다면 추후 다른 곳과 손잡을 수도



있고 불안의 여지가 있는 동맹은 제 아비가 원치 않을 상황이 확실했다. 그렇다고 테츠나를 후궁으로 들인 척 하고 황태자인 저와 살기엔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고 황태자 자리를 내려놓고 테츠나와 사는 것 또한 완벽한 동맹이 아니니 테츠나 입장에선 어쩌면



두고 온 제 가족들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느껴질 선택일 것이었다. 제국에 다다르고 황성에 곧 들어가게 되는 전날 밤, 아카시는 테츠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소원이 있다면 들어주겠노라 물었지만 테츠나는 그저 그동안 고맙다고 웃기만 했음.



테츠나 입장에서 아카시와 오랜 시간 오면서 정도 들고 둘 사이에 풋풋한 사랑이 자랐겠지만, 자신은 동맹의 확실한 수표로 황제 후궁으로 왔기에 이루어질 수 없었음. 아카시가 자신때문에 생각보다 천천히 오면서 이것저것 함께 경험했던 그 기억으로도 힘들 때



버텨봐야지 생각했고 그래서 그간의 추억을 쌓게 해준 아카시가 고마웠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음을 서로 너무 잘 알았기에, 감정을 말로 뱉는 순간 정말로 못 견딜 만큼 괴로워질 것 같아서 끝끝내 토해내지 못한 감정을 안고. 다음날 입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의 후궁이 되었음. 황제가 테츠나를 찾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소원을 들어줘 후원이 있는 작은 궁에 들어갔고 조용히 살게 됨. 아카시도 테츠나도 함께 했던 추억으로 살아가던 어느날 황제가 갑작스레 병이 들었고 타계함. 황제가 죽고 나면 후궁들은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황제의 후궁이라는 지위를 갖고 함께 묻히던지 고를 수 있었음. 그리고 어떻게 할지 물으려고 테츠나를 본 게 둘의 재회 시작이자 끝이었을 것.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이번만큼은 oo비가 아닌 테츠나로 불러도 괜찮을까. 네



내가 바보였어. 네가 황태자비가 되었어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었는데 불행한 자리라고만 생각해서. 그래서 말도 못 꺼냈어. 차라리 그때 어떻게 시도라도 해볼 걸 그랬지. 아카시군... 테츠나를 따라서 평범한 남자로 같이 살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 와서 떠나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내 손에 놓였고 마땅한 다른 계승자도 없지. 아카시군, 저는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해요.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도 변치 않습니다. ....미안해, 테츠나. 널 사랑하지만 내게 걸린 수많은 사람의



평온한 삶을 놓을 순 없을 것 같아.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데리러 온 사람이 아카시군이라서, 나를 좋아해준 사람이 당신이라 행복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추억으로도 행복하니 아카시군은 이제 절 잊고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널 사랑했어, 테츠나. 그리고 앞으로도 내 사랑은 오직 너 하나 뿐이야. 그러고보니 처음 제가 입성하기 전날 밤 소원 들어주기로 한 것, 아직 유효할까요? 물론이야. ....그날 밤처럼 같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새울 수 있을까요? ...물론.




황성에서의 마지막 밤하늘은 유난히도 별이 많이 보였다. 다음날 동이 트고 테츠나는 황성에 절한 것을 끝으로 본래 살던 곳으로 떠났음. 눈물도 작별인사도 없었다. 처음 떠났던 그날처럼. 아카시가 황제가 된 이래로 제국은 가장 부강한 시절을 맞았지만



아카시는 끝내 누구도 맞지 아니하고 조카에게 황태자 자리를 줌. 제국에도 찬 바람이 불고 눈이 올 때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었다고. 아카시가 눈을 감았을 때 발견된 것은 수없이 새겨진 누군가의 이름과 필부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일기였다.




제가 망충이라 까먹어버렸습니다만 원래 생각했던 엔딩 중 몇 개 추가로 풉니다>.< 1) 아버지를 폭군으로 만들어서 반란을 일으키고 테츠나를 손에 넣는 아카시. 아버지의 여자를 탐한 아들이라는 오명이어도 좋아, 하고 아비의 목을 쳤을 것입니다.



2) 나라에 가뭄이 들고 민심이 흉흉하다 갑자기 아카시를 황제로 하자고 반역 일어나는데 후궁들도 다 죽을 걸 알아서 아카시가 테츠나를 찾아갑니다. 살리고 싶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라 아카시는 차라리 내 손으로 편하게 보내주려고. 그 순간의 칼질이 그에게



가장 아픈 순간으로 남을 것. 보는 눈이 있어 눈물을 보이진 않겠지만 마지막 순간의 테츠나가 한 고맙다는 인사는 아카시 심장에 쓰라린 상처로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단번에 목을 쳤든 (목치기 성애자인가..) 아픔도 못느끼고 갔지만 그래도 영원히.



3) 테츠나가 궁을 떠날 때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는 아카시/후계자가 어느정도 큰 뒤 떠나서 테츠나를 찾아가 행복히 사는 아카시 이거 말고도 순간순간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노래가 노래인 만큼ㅎ...ㅎㅎ.....(도망)




사실 원래 생각한 건 쿠로코가 죽는데 그럼 내가 죽을까봐 둘다 살아있는 것으로 힘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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