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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카님 진단이 절 세게 치고 가서 오랜만에 연성합니다 ^ㅅ^

https://twitter.com/16245000/status/863607949830139904

맹인 키세X라디오DJ 쿠로코의 이야기입니다.

남의 진단을 낼름 먹겠다는 나쁜 사람인데.........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카님:D







태어나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 세계는 어때? 눈이 보였다면 어떨 거라고 상상한 적 있어?


5살의 키세도, 10살의 키세도, 15살, 20살의 키세, 그리고 앞으로의 키세가 계속 듣게 될 질문에 대한 키세의 답은 한결같았다.


"글쎄요, 그거 뭐 특별한 거 있슴까?"


키세는 태어나서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키세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거나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되려 보기 싫은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건 좋다는 둥, 세상엔 아름다운 것만 있지는 않다면서요? 하고 되묻기 일수였다.


그런 그에게 앞이 보이는 삶은 어떨 거 같냐고 묻는다면,


"뭐, 꿈 속이 아기자기한 물건들과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차는 건 나쁘지 않을 거 같슴다!"


라는 대답만 들려올 것이다.




"키세 군, 아쉽다~"


"뭐가 말임까?"


"키세 군 눈만 보였으면 월드스타였을 걸~ 게다가 이렇게 잘생긴 외모를 키세 군은 볼 수 없다니 낭비라구."


"그렇게 말하는 여러분 목소리가 더 아름답슴다. 앗, 시간이 벌써! 나중에 봐요!"


그러니 키세에게는 그의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의 결점이나 부족함으로 여겨지는 것은 상당히 불쾌할 뿐이다. 다만 사회 생활을 원만히 하고자 하는 키세의 의지가 더 강해서, 입발린 소리를 하며 다른 화제로 넘길 수 있었다.


너무 잘하면, 혹은 너무 못하면


"눈이 보였으면 최고의 ~~가 되었을 텐데."


"눈이 안 보여서 그렇지, 보였으면~~"


같은 반응이어서 적당한 수준만 맞추고 살자 생각하며.




"…늦었다는 것이다, 키세."


"미안함다, 미도리맛치! 오늘 점심은 뭐예요?"


"양파 그라탕이라는 거다."


"에, 그러면 동아리 방에서 먹겠네요."


양파 그라탕이 나올 적이면 음식을 흘리는 일이 좀 더 잦았다. 남에게 한치의 동정을 얻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구관에 위치한 동아리 방에서 밥을 먹고 했다. 아카시가 장을 맡고 있는 악기 연주 동아리 방은 연습량이 상당해 시끄러울 것이라는 이유로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는 구관에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실제로 연습하는 것은 아카시와 미도리마 뿐이었지만.



키세는 동아리 방으로 가는, 나뭇잎이 우거진 길에 풍기는 나무 향을 느끼며 첫 만남을 떠올렸다.


"키세 료타? 아카시 세이쥬로라고 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악기 연주 동아리에 들 생각 없어?"


"저기,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난 앞도 안 보이고 방해만 될 텐데요?"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건가? 남들보다 그저 좀 더 시간이 걸릴 뿐이고. 뭐, 그다지 흥미가 없다 해도 연주를 듣고 조언해준다던지, 하다못해 캐스터네츠라도 친다던지.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좋슴다."


사람들과 깊게 엮이는 건 귀찮아서 거절하려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키세가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하면 물러섰는데, 아카시는 다른 사람들처럼 키세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 난감해하거나 애석함을 표하지 않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키세가 동아리에 든 직후 만났던 부원들도,


"앞이 안 보이면 다른 감각들이 민감해진다던데- 키세칭 이 과자랑 이 과자 차이가 뭔지 알구~?"


"앞이 안 보여? 그럴 수도 있지. 그거 그냥 안경 놓고 온 미도리마같은 거 아냐? 야 근데 그럼 네가 앞으로 캐스터네츠 칠래? 솔직히 이제 좀 질렸어. 엉? 이제 내가 트라이앵글 담당이라고?"


마치 키세가 "저는 코로 숨을 쉽니다." 라고 말한 것을 들은 듯 굴었다.


키세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엔 절대로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고, 키세가 알기 어려운 - 가령 갑자기 공사로 인한 구멍이 생겼다던지 - 난관이 있을 때에만 넌지시 알려주는 사람들.


키세는 적당히 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지금이 꽤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뭔가에 절박하게 매달려 보는 삶도 부럽기는 함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여름을 맞이하는 구관은 주변의 나무들이 한창 싱그러운 나뭇잎들을 뽐내는지라 아침 이슬에 젖은 풀의 약간은 비릿한 풀내, 작은 들꽃들의 풋풋한 향취와 어우러진 꽤나 기분 좋은 향이 가득했다.


그래서일지 미도리마가 건네준 숟가락으로 양파 그라탕을 한참 먹던 중에, 문득 키세는


"저기 미도리맛치, 부실에 턴테이블이라던지 뭔가 있지 않았슴까?"


무언가 괜히 기분을 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거 조작할 수 있슴까? 왠지 오늘은 아날로그 느낌으로 즐기고 싶은데요."


연식을 알 수 없는 아주 오래된 라디오는, - 후일 키세의 회고에 따르면 - 어떤 운명의 순간을 위해 하늘이 보낸 선물 같았다.


지직 소리만 연달아 내던 라디오가 겨우 소리다운 소리를 뱉은 즈음에,


키세는 쿠로코를 알게 된다.




"쿠로코의 바닐라쉐이크 한 잔, 2번째 사연입니다."


그다지 목소리 변화가 크지 않아 귀를 기울여야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덤덤하지만 따뜻하게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늘...."


아, 싫습니다. 이제 어떤 동정의 말이 나올까. 키세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라디오를 돌려야 할까 생각할 즈음에.


"아, 그렇군요. 하지만 그 사실이 당신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것은, 저한텐, 뭐라고 할까요.....저는 당근을 못 먹습니다, 같은 느낌이라서요. 그 사람들에겐 단점으로 느껴졌을까요?"


"게다가 음, 보여주고 싶을 정도인데요, 엽서에 적힌 글씨가 엄청난 명필입니다.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당신의 단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에겐 아니지만요, 단점보다는 장점을, 당신의 훌륭함을요."


"오늘은 날이 덥죠. 좋아하시는 붓을 사러 간다고 하셨는데, 가는 길에 마지 버거의 바닐라 쉐이크 한 잔 드시고 가세요."


그저 배경음악처럼 틀어놓으려던 라디오였을 뿐인데,


키세는 애인과 싸우고 어떻게 화해하면 좋을지 묻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너무 힘들다는 사람.....난생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생경한 경험을 했다.


드물게도 - 정확히는 처음 - 키세가 집중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미도리마의 시선에,


"있죠, 미도리맛치. 돌아가는 길에 마지 버거 들리지 않겠슴까?"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도전도 해봤고.


처음 먹어본 바닐라 쉐이크의 맛은 고급 수제의 그것과는 비할 바가 없었지만, 키세는 그 녹아버릴 듯한 달콤함도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필요없는 감정은 들어있지 않는, 신기하게도 사람을 잡아끄는 라디오.


쿠로코의 라디오말고도 다른 라디오도 들어봤지만, 역시나 같은 경험은 할 수 없었기에 그 이후 키세는 쿠로코의 라디오라면 꼬박꼬박 청취하는 애청자가 되었다.


미도리마의 도움으로 처음 엽서를 보냈던 날, 키세는 평소보다 들뜬 기분으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라디오를 작동시켰다.


"쿠로코의 바닐라쉐이크 한 잔, 오늘은 특이한 엽서가 왔네요."


그거, 나임다! 키세는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볼륨을 올렸다. 쿠로코의 라디오를 청취하기 시작하면서 키세의 점심 메뉴는 한 손에 잡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변했고 장소도 동아리방'에서만' 으로 고정되었는데, 본인도 그런 변화를 몰랐다. 


심지어 라디오를 작동하기 위해 키세는 - 라디오의 콘센트를 꽂을 전원의 위치, 어느 부분에서 잘 작동하는지와 같은 - 새로운 지식들도 익혔다. 얼마 전의 자신이라면 믿지 못할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평소 쿠로콧치..........아마 애칭인 거 같네요. 쿠로콧치의 라디오를 애청하고 있슴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특수 제작한 엽서를 사용합니다. 글씨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슴다."


원고지처럼, 엠보싱처리로 칸을 나눠둔 엽서는 느리게나마 키세가 한 자, 한 자 직접 적을 수 있게 도왔다.


키세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쿠로코에게 꽤 오랜 시간 인상적인 엽서였으면 좋겠노라 생각했다.


가나로만 적은 엽서지만, 쿠로코는 어려움 없이 키세가 전하고자 하는 대로 차분히 읽어 나갔다.


"키세 군은 아예 앞이 보이지 않는 건가요? 엽서가 너무 깔끔해서 모를 뻔 했네요."


덤덤히 읽어나가던 쿠로코가 제 사연을 읽어주는 것은 키세로서는 생소하고 어딘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께 꼭 묻고 싶던 게 있습니다."


뭐라고 할까, 평소의 라디오를 생각해보면 동정같은 건 하지 않을 테지만, 키세는 어쩐지 손에 땀이 나는 기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색맹인 분들은 꿈에서도 흑백이라고 하던데,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은 어떤 꿈을 꾸나요?"


정말로 궁금했던지 호기심 어린 목소리에 키세는 그만 웃고 말았다.



"아, 라디오에서 받은 바닐라 쉐이크 쿠폰으로 산 거, 맛이 좀 더 좋은 거 같은데 뭠까?"




"쿠로코의 바닐라 쉐이크 한 잔, 오늘도 키세 군 엽서가 왔네요. 쓰기 힘들텐데도 매번 꾸준히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딱히 시간 쓰는 곳도 없고 쿠로콧치 덕분에 재밌는 걸요."


"......라디오에 대답해도 소용없다는 거다, 키세."


미도리마의 일갈에도 키세는 라디오와 대화하며 청취하고 있었다.


"9499님도 궁금하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키세 군이 엽서에 적어주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꿈에서도 실루엣이나 색깔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음, 표현하자면 어둠 속에 놓여있는 기분이라고 하는군요."


"악몽이냐 아니냐는, 그 놓여있는 어둠의 느낌에 다라 다름다!"


그저 하루하루 적당히 사는 키세에게 쿠로코의 라디오는 시간이 지날 수록 단순한 라디오 그 이상이 되어 갔다.


키세의 사연은 종종 라디오에 소개되었고, 함께 듣는 애청자들도 사연에서 묻어나는 키세의 애정이 좋았던 것인지, 가끔 바빠 사연을 보내지 못했을 때면 키세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제법 즐거웠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것을 찾아 쿠로코에게 얘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쿠로코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어쩌면 쿠로코는, 키세의 일기장을 매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키세가 쿠로코의 라디오를 듣게 된 지 한참이 지나서, 키세는 문득 제 모습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던 누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쿠로코를 만날 방법이며 어떻게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그래도 고정 게스트로 아는 후발 애청자들도 생길 정도로 주고 받은 게 - 키세가 받은 건 수많은 바닐라 쉐이크 쿠폰이었지만 - 많았으니 한 번 정도 만나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키세 군 사연입니다. 아,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꽤 오래 전부터 매번 방송마다 손수 쓴 엽서를 보내주는 애청자입니다. 1499님이 대신 표현해주시는데, 앞은 안 보이는데 쿠로콧치.........쿠로콧치 사랑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시네요."


".............해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키세는 손에 배인 땀들을 바지에 쓱쓱 닦으며 뒤를 이을 쿠로코의 말을 기다렸다.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


"음, 키세 군 소원이 이루어 질거라는 예언을 전해드리며 방송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해냈다!


그 날의 엽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쿠로콧치, 딱 한 번만이라도 좋아요. 만나고 싶슴다. 하지만 강요는 아니예요. 괜찮다면 라디오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사인 한 마디만 해주세요.'




무라사키바라의 표현대로라면, 바닐라 쉐이크같은 흰 눈이 내리던 날에 키세는 쿠로코를 만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키세 군. 실제로는 처음이지요."


"....진짜 쿠로콧치임까? 와 믿을 수 없어."


"그보다 별로 놀라진 않네요."


"에?"


"저 존재감이 흐릿한 편이라, 가끔 자동문도 인식을 못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걸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해요."


"그렇지만 난 원래 앞이 안 보이니까요, 가끔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게 더 잘 보인다고 하지 않슴까? 쿠로콧치 기척은 내가 아마 누구보다도 잘 느낄 검다!"


쿠로코와의 하루는 즐거웠다. 키세는 겨울에 먹는 바닐라 쉐이크의 매력, 눈 쌓인 들판에 잠시 드러 누워 쉬는 즐거움, 코 끝이 깨질 듯한 칼바람을 처음 알았다. 마지막에 저도 모르게 쿠로코의 손을 붙잡고,


"저기 쿠로콧치, 괜찮다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저랑 만나주면 안됨까?"


얘기할 정도로.




쿠로코는 착실히 키세와 만나주었다. 1달에 1번이라곤 했지만, 실제로는 1주일에 1번 쿠로코는 키세를 찾아왔고 매번 키세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주었다. 엽서는 전보다는 줄어 들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매번 방송마다 보내던 것을, 2번의 방송마다 1번씩은 보내는 정도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처음엔 그저 한 번이라도 만나준다면 그 한 번의 추억을 평생 가지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쿠로코에게도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키세의 꿈은 커져갔다.


그리고 쿠로코와 만난지 6개월이 지나, 키세는 조심스레 쿠로코에게 고백했다.


".....당황스러울 수도, 어쩌면 쿠로콧치는 그런 마음이 아닐 수 있다고도 생각함다. 쿠로콧치를 좋아하게 되었슴다. 아니, 사실 처음 라디오를 들은 순간 이미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그저 만나만 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이라도 제대로 정하고 싶어요. 쿠로콧치가 괜찮다면, 저와 사귀어 주었으면 좋겠슴다."


수백 번, 수천 번 연습했던 말이지만 어쩌면 그리 떨리는지. 염소처럼 떨리는 제 목소리가 쿠로코에게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기만을 바랐다. 거절당할 지도, 어쩌면 이제 다시 만나지도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쿠로코는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렇게나 키세 군을 만나지 않았겠죠. 좋아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제는, 연인으로서요."


키세가 반했던 그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키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아쉬워하지 않았다.


...라는 것은 쿠로코와 연애하기 전으로, 쿠로코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키세는 쿠로코를 좀 더 보고,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쿠로콧치, 오늘 니트는 무슨 색임까?"


"솜사탕 만져 본 기억 나나요, 키세 군.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한 느낌의 양털처럼 흰 색입니다."


"흰 색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포근한 느낌인 건 알겠슴다."


키세는 쿠로코의 작은 것 하나하나 알고 싶었고 쿠로코는 단 한 번도 싫증내지 않고 매번 키세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그래도 키세는 목이 말랐다.



좀 더, 좀 더........



나는 당신을 알고 싶어요. 머리카락은 무슨 색일지, 날 소중하게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는 어떤 느낌일지, 당신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어떨지.


앞을 보지 못하는 키세가 쿠로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손 끝으로 천천히 더듬어 나가며 머리속에 덧그린 그 이미지가, 상상 속의 당신이 실제로도 그리 사랑스러운지.




"있지, 쿠로콧치. 내가 그렇게 잘생겼슴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죠."


"객관적으로....? 쿠로콧치 눈엔 아니란 말임까?"


"...우는 소리 하지 마세요, 키세 군."


"그렇지만 쿠로콧치 취향이 아니라고 하면 슬픈 걸요. 세상 모두가 날 좋아해도 쿠로콧치가 아니라고 하면 죽을 거 같슴다...."


"외모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제 취향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외모만큼은....? 잠깐, 쿠로콧치 그거 무슨 의밈까!!!!"


"글쎄요, 키세 군이 좋은 대로 생각하세요."




쿠로코의 기분좋을 때 은은히 깔리는 웃음소리를 사랑한다. 잔잔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를 사랑한다.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확신이 필요해.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게 당연할 만큼, 내가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나를 사랑스럽게 보는 당신의 눈을 직접 느끼고 싶어요.


키세는 단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각막 이식 수술을 받기로 했다. 쿠로코의 말수가 평소보다 적어지기는 했지만, 단지 자신처럼 그도 미래에 무엇을 하게 될지 달콤한 상상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나 이제 수술하러 들어감다. 쿠로콧치, 앞을 볼 수 있게 되는 순간, 내가 처음 보는 게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키세가 남긴 문자 한 통을 끝으로, 쿠로코는 키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은 당황, 두 번째는 분노, 세 번째는 절망, 그 다음부터는 잘 모르겠다.




"설마 하니 시력을 되찾고 난 뒤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슴다."


".......확실히 보통은 어딘가 부족해질 때 헤어지긴 하지."


"아카싯치,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함까? 납득할 이유라도 알려주지!"


"그렇게 하소연해도 소용없어, 키세. 쿠로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은 받지 않을 거야."


"......아카싯치 그럴 줄 알았슴다. 나는 심지어, 라디오도 그만둘 줄 몰랐다구요."


"눈뜨자마자 라디오 방송국 찾아가서 '쿠로콧치 주세요!!' 하고 네가 소리칠 줄은 쿠로코도 몰랐을 거라는 거야."


바닐라 쉐이크가 그저 희멀건한 액체로 변해버리듯이, 쿠로코는 떠났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 키세의 핸드폰에 남겨진 번호로 수없이 연락을 하면 기계적인 음성이,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싸늘한 대답만 들려줄 뿐이었다.




아카시의 힘으로 알아볼까 했던 것도 불가능, 마치 노렸던 듯이 사라져 버린 쿠로코의 자취를 찾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이전의 키세라면 진작 포기했을 법도 한데, 포기되지 않는 제 마음이 키세는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다.


자신의 인생에서 이렇게나 갈구하는 게 생기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화제의 모델이시죠. 키세 료타 군 인터뷰 시간입니다."


"모델이 되기 전부터 잘 생겼다고 유명했다던데요. 갑자기 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모델 제의를 받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꼭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내가 시력을 찾자 마자 제 곁을 떠났지 뭠까?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쓰고 싶었어요. 당신이라면 날 알아볼 수 있잖아. 돌아와줘요."


키세가 모델이 되고서 키세가 라디오에 엽서를 보냈다는 사실부터 온갖 목격담이 올라왔다.


지탄을 받아도 상관없다고 각오했지만, 외려 따뜻한 사람들의 응원에 키세는 쿠로코를 끊임없이 찾았지만, 어쩜 그리 잘도 숨은 것인지 여전히 쿠로코의 흔적은 없었다.


탑 모델이 되어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제 손에 재깍 원하는 게 떨어질만한 힘이 생겼어도 꽁꽁 숨은 쿠로코는 찾을 수 없었다.



눈을 뜨고 본 세상은 확실히 색다르고 나름대로 매력적이었지만, 쿠로코가 없는 세상의 특별함은 의미가 없었다.


눈을 감고 후각과 촉각, 청각으로 느꼈던 대로, 감각이 이끄는 대로 쿠로코와 함께 간 장소들을 찾아 다녔지만.


바닐라 쉐이크의 달콤함만 남았을 뿐.




"저기, 키세칭."


"과자 입맛에 안 맞슴까? 그래도 이번 로케 장소에서 제일 맛있는 과자였는데 실패입니까...."


"으응~? 아니 과자는 맛있구- 쿠로칭이 왜 숨었는진 모르겠지만, 다시 안 보이는 척 하면 돌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 무라사키바랏치, 이거 제 카드임다. 새로 생긴 케이크 가게, 가고 싶다고 했죠? 다 사먹어도 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 키세 료타가 원인 불명으로 다시 시력을 잃었다는 소식이 퍼졌고, 더듬거리며 헤매는 키세의 목격담이 올라오게 된다.





오랜만에 느끼는 대리석의 차가움에 움찔거리면서도, 키세는 박물관에 들어섰다. 쿠로코와 함께 왔던 장소 중 하나였다. 조금 멀리 떨어진 장소라 혼자서의 감각으로 찾기는 어려웠으나, SNS에 올라온 예전 목격담들을 찾아보다 알게 된 곳이다.


쿠로코는 책을 좋아해서, 오래된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이 곳이 좋다고 했다.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기는 함다. 쿠로콧치가 있으면 좋았을 걸.'


벽을 더듬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면,


쿠로코가 재잘대며 설명해주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해가 질 무렵, 나와서 더듬거리며 함께 갔던 마지 버거에서 키세는 그토록 잡지 못했던 쿠로코의 흔적 한 가닥을 느꼈다.



"....이 향기......설마, 쿠로콧치?"


"............"


"잠깐만, 가지 말아요! 설마하니 앞도 안 보이는 날 밀치고 갈 생각은 아니죠?"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좁은 입구를 막고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약점으로, 그것도 동정하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던 자신이, 무기로 삼는 것은 쿠로코에게도 퍽 이상할 터였지만,


키세는 그만큼 절박했다.




"....오랜만입니다, 키세 군."


"...........내가 혹시 뭐 잘못했슴까?"


"키세 군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그럼 왜 날 떠났슴까.......?"


"키세 군은 가장 먼저 눈 뜨게 된 뒤 무엇을 보았나요?"


"그야 당신을 제일 먼저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쿠로콧치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먼저 확인했는데요. 그런데 흐릿하게 찍혀서 정말로 다들 유령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망설임없이 대답하는 키세를 보고, 쿠로코는, - 아마도 - 고개도 살살 저으면서 대꾸했다.


"아뇨, 정말로 가장 먼저 본 것 말입니다."


".......어....? 의사 선생님이 건네 준 거울이요?"


"어떻게 보였나요?"


"뭐, 이만하면 외모도, 공부도 오케이- 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도 쿠로코와 함께 있을 때 자주 하던 말이라,


키세는 여전히 쿠로코의 의중을 읽을 수 없었다.




"나는요, 솔직히 키세 군이 앞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에?"


멍청하게 되묻는 모습으로 보일까 안절부절하면서도 키세는 제가 무슨 소릴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키세 군이 정말로 완벽해진 뒤에도, 날 좋아해줄까, 확신할 수 없었어요."


"키세 군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결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로 키세 군이 앞을 볼 수 있게 된 뒤에도, 물리적으로도 완벽해지는 그 순간에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님다! 그럴 리 없잖아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한 뒤에 마음이 바뀐다면, 점차 키세 군이 나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면 견딜 수 없을 거 같았어요."


"하?"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잠깐만, 잠깐만. 쿠로콧치. 그럼 지금은요?"


"다시 앞을 못 보게 된 지금은, 그럼 내 곁에 있어줄 거예요?"


"아뇨."


"왜요?"


"이미 키세 군이 바라본 세상에 비하면 내가 초라할까 봐요."


흘러 내리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키세는 최대한 화내는 것 같이 들리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저기, 쿠로콧치. 내가 왜 각막 이식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한지 알아요?"


"쿠로콧치를 사랑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해. 당신을 보고 싶었어. 당신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이 흉하지는 않을까,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화내려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저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화는 어쩔 수 없었다. 꽉 잡은 손목이 아팠는지 바닐라 쉐이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할 겨를이 없었다.


"쿠로콧치와 함께 갔던 곳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당신이 사랑하는 고서점의 책 냄새처럼, 책방의 모습도 포근할까. 눈 덮인 들판과 쿠로콧치가 좋아하는 니트, 그리고 바닐라 쉐이크의 색깔은 어떨까. 차갑고 달콤한 바닐라 쉐이크와 어울린다던 와플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단 한 번도 내 눈이 보이지 않다고 아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쿠로콧치가....쿠로콧치가 날 애달프게 했잖아. 당신을 보고 싶었어."


"....키세 군........."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각막 이식을 한다고 해도 어쩌면 며칠 밖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랬어요."



그 때 자신의 대답은 어땠던가.


과거의 키세였다면, 아쉽지도 않고 받을 생각도 없다며 코웃음쳤을 것이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충분했어요. 쿠로콧치를 한 번이라도 내 눈에 담으면, 평생을, 내가 죽을 때까지도 당신의 모습을, 머리카락 하나까지라도 기억하며 함께 하고 싶었어."


"나에게, 마지 버거의 달콤한 바닐라 쉐이크 맛도, 솜사탕같은 색의 니트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호기심도, 내가 죽어도 좋으니 단 한 번이라도 좋아- 하고 갈구하는 마음을 처음 알려준 것도 쿠로콧치잖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요, 쿠로콧치............."


처음의 화내던 기색은 온데간데 없이, 점차 키세의 목소리엔 물기가 어렸다.



"나는 쿠로콧치와 어딜 가면 즐거울까 매일 행복한 고민을 했는데........어딜 가서 어느 풍경을 바라봐야 좋을까 사람들이 써준 설명을 상상하며 고르던 나날이었어요....."


"...쿠로콧치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했는데.......어떻게 날 떠날 수 있어요....."


".........키세 군."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던지, 차라리 그런 이유였으면 쿠로콧치 행복을 위해 보내줬을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이유로 날 떠나요. 차라리 내가 싫다고 하지........"


정말로 처음이었어. 당신이.


세상에 즐거움이 그렇게 많다는 걸 알려준 것도, 사랑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사람도, 죽을 만큼 원한다는 게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것도.



"........쿠로콧치 말대로 세상에 더욱 좋은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난, 난, 쿠로콧치만을 원했단 말야. 내가 눈을 뜬다고 쿠로콧치한테 실망할 거 같아요? 나는 쿠로콧치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도, 그 잔잔한 목소리도 다 사랑해. 눈으로 보지 못하던 내가, 이제와서 쿠로콧치의 외모에, 다른 조건에 당신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고작 그거 하나가 걸려서요!? 무엇보다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건 쿠로콧치의 모습 뿐이예요!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그래요.........."


"나에게 수많은 처음을 줬으면서......"




아마 태어난 순간 이외에 키세가 그렇게나 많은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었을 터였다. 어쩔 도리를 모르는 쿠로코 앞에 키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집착이라고 해도 좋았다. 무릎에 느껴지는 끈적한 바닐라 쉐이크의 감촉처럼,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제 마음을, 키세는 울면서 토해냈다.


"동정이라도, 연민이라도 좋아요. 그러니까 날 버리지만 말아줘.............."



사람이 없던 고즈넉한 마지 버거 입구에서, 키세의 절절한 고백은 쿠로코가 한 손으로는 퉁퉁 부은 눈을 닦고, 한 손으로는 키세의 손을 잡는 것으로 끝났다.




당신을 찾기 위해, 눈이 안 보이는 척까지 하며 불편하게 살았다며 이제는 함께 행복만 느끼고 싶다는 키세의 말에 쿠로코는 저도 모르게 - 안 보이는 척 속였다는 것에는 화내지도 못했다 - 동거하자는 악마의 제안을 수락해버리고..........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모델이 되고 독립해서 새로 장만한 집은 햇살이 따사롭게 들었다. 베란다를 통해 전해져 오는 나무들의 싱그러운 향기와 꽃냄새는 아무리 아침이 싫은 사람이라도 기분 좋게 깨우는 힘이 있었다. 부스스 눈을 뜬 키세가 옆자리를 더듬어 보아도 쿠로코가 없어, 찾아 나서려는 차에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함께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어라? 이거 쿠로콧치 라디오 오프닝 음악인데...."


"........오랜만이죠. 쿠로코의 바닐라 한 잔입니다. 오늘의 사연은 바닐라 쉐이크님이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키세 료타 씨에게........."



달칵, 소리와 함께 키세의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였다. 마주친 쿠로코의 두 눈이 따뜻했다.


키세 곁을 떠나며 끝냈던 쿠로코의 라디오가 시작되었다. 오직 단 한 명의 청취자를 위해서.






-에필로그-


1) 키세가 쿠로코의 집에 인사.


"키세 군, 그만 떨어요."


"하, 하지만, 쿠로콧치네 집에 처음 인사를 드리는 거고, 절 싫어하시면 어떡함까...."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쿠로코처럼 포근한 기운이 드는 집에 발을 딛자,


꼭 닮은 그의 가족들이 기쁘게 키세를 맞았다.


"어머, 키세 군? 만나서 반가워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떨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쿠로코의 부모님이 챙겨준 반찬 따위로 손이 묵직했다.


"나 솔직히 얻어 맞을 거라 생각했슴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다른 말 없었슴까?"



쿠로코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울면서 빌 정도라면, 인정해주는 수밖에 없지.' 라고 하셨죠."


"............에?"


"아카시 군이 보내줬어요. 영상 필요할 순간이 올 거라고요."


"....키세 군도 눈치챘겠지만, 마지 버거에서 그, 영상이요...."


"......그 사람,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검까?!"


"뭐, 결과적으로 잘 되었으니 괜찮지 않나요."





2) 쿠로코가 키세의 집에 인사.


"키세 군, 그만 떨어요."


"하, 하지만........"


"무엇보다 이 순간이 굉장히 익숙합니다만."


인사를 가는 쿠로코보다, 키세가 훨씬 긴장한 상태로 형편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쿠로콧치는 몰라요!"


"....역시 저 굉장히 반대받고 있다던가요....?"


"아뇨!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반해버린 쿠로콧치인걸!"


"....그럼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떠는 거예요?"


갑자기 두 손을 맞잡은 키세의 눈은, 어쩐지 마지 버거에서의 순간과 꼭 닮았다고 쿠로코는 생각했다.



"솔직히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라고 했던 내가 할 소린 아닌데, 우리 가족 보고 날 버리지 말아줘요! 다른 건 몰라도 외모는 쿠로콧치 취향이잖아!"


"......키세 군, 인간의 말로 해주세요."


"눈 떠보니 우리 가족들 안목이 나랑 같았단 말예요! 쿠로콧치 뺏기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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