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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갑자기 적흑 생각난다 가문의 사정으로 결혼했는데 쿠로코 생년월일이 아카시에게 독되는 사주 궁합인 거. 아카시는 힘이 없어서 수락한 결혼인데 쿠로코 생년월일을 듣고 아 후계자 자리를 뺏고 싶은데 자기들 손 더럽히기 싫어서 그랬구나 싶은 거. 쿠로코에게 쌀쌀맞게 대하고 싶다가도


괜히 저 사람이 알고 그랬겠나 복잡한 심정에 싫은 소리 꾹 참고. 쿠로코네 가문은 몰락 직전이었는데 쿠로코를 신부로 보내며(=팔아서) 다시 살아났다는 거. 서로 믿을 가족 하나 없는 처지에 미워해서 뭐 하나. 가까이 해선 안 되는 게 맞으면서도 아카시는 쿠로코를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었음.


그냥 죽은듯이 저들이 바라는 것처럼 지내자. 힘을 기르는 거야. 가벼운 감기에 걸린 걸 핑계로 가장 외딴 곳에 요양가는 거. 집안에 두어 봤자 쿠로코도 싫은 소리만 들을 테고 돌아갈 곳도 없겠지. 그래서 같이 데리고 갔는데 몰락 직전 상황까지 처해 봐서인지 길거리의 풀이라도 뜯어다 식사를


준비하고 그러는 것. 사주팔자는 분명 아카시를 죽인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고 산 풀로 정갈히 차린 반찬과 몸에 닿는 다소 거친 재질의 옷,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쿠로코같은 삶 속에서 아카시는 외려 그간 호화로운 생활에서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이래저래 책이며


아카시에게 힘을 실어줄 이들과의 연락책 마련에 좋고. 그래서 몇 년 간 빌빌대고 있다더라, 하는 말로 제 능력을 감추고 살다 어느 날 송곳니를 드러내는 아카시.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얻고서 아카시는 쿠로코에게 고맙다고 얘기함. 그간 실은 네가 내겐 최악의 궁합인 걸 알았다고. 그래도


우리 함께 몇 년을 고생해서 지금의 빛나는 내가 있었다고. 이제 너는 자유라고. 수없이 많은 보화를 건네어 쿠로코를 보내주고 이제 대를 이어야겠지 싶어서 알아보는 아카시. 가장 용하다는 이를 찾아 물어보러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한다. 별의 신이 점지한 제 짝을 쫓아낸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이곳을 찾냐며 운명을 거부한 채 살고자 하는 이를 어찌 도울 수 있소, 심드렁하니 얘기하는 것. 아카시의 그간 살아온 순간은 명목만 좋은 적자의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그걸로 통하지 연애는 한 적이 없었음. 신부가 있긴 했지만 저를 죽일 사주가 아니었던가. 악연도 인연이라면 연인가 묻는데


기가 차다는 듯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가야 하지 않소. 고귀한 혈통의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일개 사냥꾼도 사냥을 할 때 진흙도 묻히고 풀냄새에 송진 냄새도 배게 하오만." 하는 일갈을 듣는다. 그제야 아차 쿠로코의 그 어떤 것도 직접 확인한 적이 없음을 깨달음. 문을 나선 즉시


쿠로코의 가문을 찾아가지만 돈에 팔았다며 그를 비웃던 제 혈족들의 - 이젠 모두 흙 속에 있지만 - 말과는 달리 존재감이 흐린 점이 비슷한 그의 형제는 어찌 그 여린 아이를 데려가 단 한 번도 소식을 전해주지 않더니 십 년 만에 우리에게 그 애 행방을 찾냐며 한탄하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


신부로 찾아온 것이 10년 전, 아카시 가문에서 없는 사람 대우 받으며 산 것이 3년, 같이 외진 곳에서 살았던 것이 5년, 제가 힘을 얻은 후 가문 장악하는 1년 간 조용히 뒷 일을 돕다가 1년 전 내어준 보물 중 꼭 하나만을 들고 갔더랬다. 1년 간 또다시 저는 열심히 살았고 이제야 새 연을 찾자


싶어 찾아갔다 혼이 났던 건데 쿠로코는 어디에 있을까. 새삼 떠올려 봐도 그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얼 하고 있을지 정말 모르겠어서. 그래서 그리 물었다가 이제는 두 형제와 달리 사교성 좋아보이고 눈썰미 좋은 둘째에게도 가시 가득한 소리 들었으면. 그래 십 년을 살았는데도 아직 그 애 이름도


몰라서 쿠로코, 쿠로코 한답디까. 여기 그 누가 쿠로코라는 성을 안 씁니까. 십 년 전 그 애가 갑자기 찾아와 당신하고 꼭 결혼해야 한다며 신주단지에 제 생일과는 다른 날짜를 적어달라 했습니다. 그 잘난 당신을 지켜보겠노라 제게 주어진 운명을 속이고 십 년을 산 아이를 어디로 내쳤습니까.


이래서 신쨩이 그렇게나 탐탁치 않아했는데. 아카시는 당혹스러웠음. 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어린 쿠로코가 그랬을까. 제 큰 형보다도 존재감이 흐린 쿠로코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고 했다. 꼭 마치 신과 인간이 반씩 섞인 것 같이. 별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고 곧 죽을 이를 알기도 했다.


신부가 되어 떠나던 그 날 아침에는 두 형제의 손을 꼭 부여잡고 모든 것이 좋아질 거라는 말만 했다고. 그 말대로 우린 부를 누렸고 끝내 쿠로코의 마지막을 보러 오지 않았던 소꿉친구 미도리마는 과거에 급제했다고. 그런데 제 태어난 일시를 숨기던 그 아이만은 좋아졌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단


치히로의 말에 아카시는 길을 잃었다. 나갈 적에 그 많던 보화 중 하나만 가져갔다고 들어서 기댈 곳 없는 그가 어쩌면 집에 돌아갔을까 해서 왔었음. 그러나 아카시를 기다린 건 이름조차 모르냐며 화내는 그의 형들과 이젠 행방의 실마리조차 남지 않은 운명의 짝. 날 죽일 사주인 것은 알았지만


차마 모질게 굴 수 없었고 살기 위해 조용히 있느라 한 번도 호화롭게 보낸 적 없던 쿠로코의 생일. 제 생일이면 어디서 구했는지 정갈한 식사와 의복을 선물하던 쿠로코. 그리고 그런 그에게 자신이 건네온 일 년에 단 하루, 향이 좋다던 서역에서 건너 온 차갑고 달콤한 음료. 그마저도 꼬박 반씩


나누던 쿠로코의 미소짓던 얼굴.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빨리 원래의 형태를 잃던 것이 무엇이 마음에 든다고. 제 생일도 아니었던 것을. 아닌 것을. 뒤늦게 알아낸 그의 원래 생일은 겨울이요, 이름은 테츠야. 이제야 안다. 상냥했던 그의 따스함은 여름에 태어나 겨울의 아이인 아카시를 녹이려는


태양같은 것이 아닌, 그보다 더욱 추운 겨울에 태어나 받은 신의 사랑으로 그를 포근히 감싼 얼음집 같은 것이었다. 고작 자신을 살리려고 십 년 간 고생했을 이유가 무얼까, 뭘까. 생년월일과 집안 재정을 속여 가며 어째서. 숨어 살던 즈음 한 번씩 쏟아져내리는 절망에 서로 의지할 곳 없는


처지니 우리 둘이 아껴가며 버티자는 말을 하면 꼭 기다렸다는 듯, 사랑한다고 했던 것이 실은 오래 갈무리 하던 진심이었을까. 이 나를 어디서 처음 보고 알았을까. 왜 나를 사랑했을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가문에 돌아와 알아보니 쿠로코는 불순물 하나 없이 맑고 고운 루비 장신구 하나를


챙겨서 갔다고 했다. 그건....그건...마치 불타는 듯 해서 기분 나쁘다던, 제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저주받았다던. 그런 소리에 익숙해져 버린 아카시 세이쥬로를 꼭 닮은 붉음이었노라. 그리 말했다. 그를 꼭 찾아내. 그가 곤경에 처했다면 무엇을 주어도 좋으니 구해와. 별의 신이 내게 그를


주었고 당신이 내게 새로운 이를 주지 않았으니 내가 멍청하게 놓쳐버린 그 끈을 끝까지 잘라내지 말아야 한다며,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를 내게서 뺏을 순 없다고 으르렁대는 아카시. 테츠야를 되돌려 받기 위해선 무엇이든 감수할테니 돌려 달라는 아카시가 보고 싶다. 그리고 테츠야의 생년월일


궁합은 사실 너무나 좋아서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었다고 한다. 꽁꽁 숨어버린 테츠야를 찾는 광기의(?) 아카시와 끝내는 다시 만나 영원히 사랑을 약속받는 쿠로코로 적흑이 보고 싶군요......연성하시거든 꼭 저를 태그해주십시오&....(널부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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