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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흑 우리 결혼했어요

에딘MOON 2017. 7. 4. 20:23

청흑으로 우리 결혼했어요~ 사전에 이상형 반영 많이 해주겠다고 꼬셨다. 아오미네는 프로농구선수로 뛰다가 은퇴했는데 비주얼과 인지도 아깝다고 방송인으로 활동중. 배우를 시키고 싶었는데 대본 외우기 싫어해서(..) 사전 인터뷰에서 본인의 이미지랑 반대되는



피부도 하얗고 조용조용하고 책 많이 읽어서 똑똑하고, 때로는 강단있고 때로는 지켜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쿠로코는 유명한 사진작가. 존재감이 옅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잘 건짐. 모델들이 부담없이 자기 매력 드러내고 그런다.



모델들이 하나같이 쿠로코 작가님 타령해서 누군가 했더니 웬 동안의 미남 등장이라서 인지도가 쑥. 아무튼 당연히 쿠로코는 출연 거절했는데 상기 조건+바쉐 지급으로 포섭. 쿠로코는 주도적으로 일정 같은 거 짜오는 적극성, 자기보다 키가 크고 체력좋고



(사실 이건 웬만한 연예계 사람이면 다 조건 부합) 건강미있는 그을린 피부, 손재주 좋은 사람, 자기 분야에 매진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함. 그리고 둘은 몰랐다. 상대가 남자일 줄은.....처음 만나는 날 쿠로코가 좋아하는 분위기좋은 카페에



먼저 도착한 쿠로코가 안개비 내리는 창 밖 구경하며 책 읽고 있었음. 상대방이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말에 쿠로코는 별 생각없이 여자분이라 메이크업 고치고 그러시면 오래 걸리겠지, 싶어 커피향 음미하며 기다리고. 그러다 비가 좀 쏟아지네? 싶을 즈음



아오미네가 문 벌컥 열고 들어왔을 것이다. 빗방울이 굵어지는 타이밍에 우산도 없이 와서 머리카락에 물방울 송글송글 맺힌 덩치 큰 간구로......그리고 우결 상대 소개받는 자리는 헷갈리지 않게 단둘만 보게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둘이 눈 마주치고 깜짝



놀랐을 것. 상대가 남자일 거라곤 생각 안 해서 더더욱. 뭔가 착오가 있나? 하고 동시에 PD 쳐다보는데 어깨 으쓱하더니 "두 분 다 어떤 '사람' 이라고만 조건 거셨길래요. 그래도 동물보단 낫죠?" 당당히 얘기함. 따지기도 뭐한 게 만우절 특집으로



출연했던 모델 키세 료타는 대형견을, 유망한 의사 미도리마 신타로는 고양이를 짝으로 만나 고생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어쨌든 자기들 입으로 여성이라는 조건을 안 한 건 사실이고. 브로맨스다 뭐다 한참 화제라 PD한테 당했구나 싶은 쿠로코. 아오미네는



NBA에서 뛰면서 동성커플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방송인데 뭐 어때 싶었는데 쿠로코는 아니었음. 모델계에도 동성커플은 있고 심지어 그런 컨셉을 찍어준 적도 많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남성과 결혼상대로 비춰지는 걸 오케이한단 건 아님. 쿠로코가 걱정한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같이 시간보내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연출되는 다정한 사이가 시청자들에게 두 사람을 커플이라고 언제까지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었음. 방송에 익숙한 아오미네보다 당연히 컨셉이라곤 해도 쿠로코는 쉬이 넘기기 어려웠던 것.



어쨌거나 아오미네는 자기가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인 것 같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즐거웠는데, 쿠로코는 방송이라 뭐라 항의는 못해도 영 탐탁치 않았다. 조건은 그야말로 끝내줬지만....촬영 중간중간 보이는 묘한 무식함(?)이라던지. 심지어 NBA



활약도 한 사람치고 영어도 서툴고. 그나마 쿠로코 감정표현이 적다고 키세가 말한 게 있어서 나름 웃기도 하고 그러는 아오미네와 달리 무미건조한 표정 짓는 쿠로코가 실은 이 만남을 싫어한다는 느낌은 안 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오미네 귀신같은 감이 있죠.




자기랑 달리 방송에 안 익숙하니까, 내가 잘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튼 그렇게 결혼 생활 스타트! 신혼집 처음 들어가보니 슬리퍼 덩그러니 놓인 따스한 분위기 나는 집. 거실에 러그와 벽난로, 사슴머리 장식 있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폭신한 쿠션들



쿠로코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아무때나 뒹굴뒹굴해도 좋게 인테리어 부탁한 아오미네. 매우 스윗했지만, 직접 사냥해온 사슴머리 장식이 감점 요인(..) 아무튼 침대방도 보고 서재도 보고 부엌도 보고. 거대한 월풀부터 이것저것 갖춘 큰 집에



쿠로코는 좀 놀랐을 것이다. 다른 출연자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싶어서. 혹시 아오미네 사는 집인가 싶어서 물어보면 살던 집은 아니지만, 같이 살면서 집도 꾸미고 어지럽히고 그럴 수도 있는데 협찬이면 신경쓸 거 같아서 겸사겸사 새로 산 집이라구 대답들음.



쿠로코도 인기 사진작가라 돈 잘 벌긴 해도 집을 2채 사자 싶은 건 아니라 어쩌나 싶은데 아오미네가 뒷통수 벅벅 긁다가 "쿠로코 씨가, 아, 그냥 테츠라고 불러도 되죠? 말도 놓아도 돼?" 하면서 자연스레 말 놓더니 "그런 표정 짓게 하기 싫어서



집을 산 거고 돈도 많이 벌어서 이정도는 부담 안돼. 뭣하면 휴지 대신 돈 써볼까?" 해서 쿠로코 부담 덜어주고. 사실 아오미네 진짜 살던 집은 진짜 필요한 것만 있고 모델하우스같은 느낌이라 사람사는 느낌나는 집 갖고 싶기도 했었음. 벽난로 불빛을



쬐면서 호칭 정하기 할 듯. 아오미네야 테츠라고 부른다고 해버려서 정해졌지만 쿠로코는 뭐라고 할까 고민되는 것. 아오미네는 쿠로코도 편히 불러주면 좋겠는데 쿠로코는 원래 존대하는 말투가 편해서 겨우 타협한게 아오미네군.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서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 가족관계 따위의 소소한 것들을 주거니받거니 하는데 어느순간 보니 쿠로코 따뜻한 불빛에 졸고. 아오미네가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베개랑 이불 챙겨와서 같이 자며 방송분량 끝났을 것이다. 아침에 눈떠보니 쿠로코 자기도 모르게 남의



집에서 실례했음. 원랜 분량 채우면 집으로 돌아가려 했고 실제로 촬영진들이 쿠로코 깨워야 하나 싶었는데 아오미네가 그냥 먼저 가라고 손 훠이훠이 하며 보내버림. 아오미네는 잠든 쿠로코는 긴장의 끈을 다 놓다보니 자기가 보던 모습과도 다르고 괜히 부부란



말도 생각나서 싱숭생숭하며 보는데 무슨 꿈을 꾸는지 슬몃 올라가는 입꼬리가 괜히 신경쓰이고....그렇게 먼저 코 꿰였다. 자각은 늦지만....새벽공기는 차가워서 혹 감기라도 걸릴까 껴안고 잠들었고 쿠로코는 당황스럽다. 잠은 깼는데 아오미네가 꽉 안고




자고 있고. 슬쩍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꿈쩍도 안 했음. 역시 전직이긴 해도 몸 쓰던 사람은 다른가봐. 십여 분을 낑낑대는데 밖의 서늘한 공기 때문인가 그냥 있을까 싶고, 그렇게 다시 잠들었으면. 그리고 정작 아오미네 본인이 가볍게 재채기 달고 지냈음.



첫 데이트는 진짜 별 거 없었음. 둘다 워낙 바삐 살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생활을 한 지 오래라서 쿠로코가 책 사러 간다니까 아오미네도 냉큼 따라감. 연출인지 뭔지 쿠로코가 책 꺼내려 까치발하고 애쓰는데 아오미네가 뒤에서 감싸듯이 서서 쓱 꺼내주고.



촬영이 끝나면 마주치지 못할 사람인 것을 알아서, 정주지 말자 다짐을 했는데 이렇게 일상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스킨십이 그 다짐을 흔든다. 이전 출연자들도 이랬을까 궁금하고. 쿠로코 잠시 책 내용 좀 살펴본다는 게 너무 집중해서 1시간을 읽었는데



방송 생각이 문득 나서 다급히 고개를 들면 아오미네 책장에 기대서 졸고 있다. 촬영진들한테 저 좀 불러주지 그랬냐고 하니 삼십분 정도 웃는 얼굴로 지켜보면서 그냥 있어보자고 말려서 그랬다는 대답이. 어딘가 뭉클한 기분에 무표정 해제될 뻔 했으나,



무어라 불러야 할까싶은 감정이 튀어나오려는 걸 꾹 누르고 검지로 아오미네 미간 주름을 펴면서 깨우겠지. 아오미네군, 일어나세요. ㅇ, 어? 테츠 다 골랐어? 아오미네군 코고는 소리에 항의 들어올까봐요. 이제 가요. 내가 그랬어!? 괜히 거짓말도.




돌아가는 길에 묵직한 책 봉투가 2개인데 아오미네 처음에 두 개 다 들었다가 쿠로코가 ㅍ.ㅍ 저도 들 수 있습니다. 아오미네군이 다 들 필요는 없어요. 해서 가벼운 봉투 건네줬을 것. 점심 먹으러 근처 햄버그 스테이크집 가서 햄버그 시키는데



아오미네는 고기 제일 큰 사이즈에 고기 추가 추가~~ 쿠로코는 바닐라쉐이크 한 잔 마시더니 정작 자기 햄버그 나온 거 몇 번 못 먹고 말았음. 서로 먹는 양 보고 놀람. 돌아가려는데 쿠로코 손이 봉투 끈 때문인지 벌겋게 된 걸 보니 신경쓰이는 아오미네



테츠, 내일 사진 촬영 있지? ? 네, 그런데 왜요? 섬세한 스킬이 필요한데 손을 그렇게 다루면 되겠어? 나 나쁜 배우자 되기 싫어. 그렇지만... 촬영도 있고(작게 속삭였다) 가는 길에 감자튀김 입에 넣어줘. 그래서 짐 뺏기고 감자튀김 넣어주게 됨



가는 길에 감자튀김 달라고 입 벌리는게 아기새 같아서 은근 귀엽다고 생각하다 내가 미쳤지! 싶고. 아오미네는 자각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잘 보이고 싶어서 행동하고 쿠로코는 방송 연출인가 싶으면서도 괜히 두근거려서 심란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런 일상




보여줄 뿐인데도 시청자들이 참 훈훈하게 보고. 그렇게 롱런. 편의상 아오미네가 남편 쿠로코가 부인으로 불리게 됨. 그러다 하루는 쿠로코 촬영하는 곳에 아오미네가 스탭들 간식이랑 바리바리 싸서 찾아옴. 아내가 일할 땐 어떨까 궁금해서 조용히 뒤쪽에서



보고만 있었는데 조명이 어째 불안하다 싶더니 추락함. 쿠로코가 그 아래 서있던 모델 밀쳐내고 '아오미네군 놀랄텐데..' 생각하는데 누가 자길 확 밀쳐내고 벽에 부딪혀서 아직 정신이 덜 들었는데 조명 부숴지는 소리, 스탭들 비명 소리랑 들림. 그리고



피난다고 괜찮냐는 스탭들 말에 손사래치며 바라본 곳에는 피투성이 아오미네가. 조명이 무거워서 사람 하나 죽는 건 일도 아닌데 순간적으로 끼어든 자길 구하려고 다쳐서. 바로 위에 떨어졌다면 그 튼튼한 체격의 아오미네도 즉사였는데 다행히 빗겨 맞음.



유리 파편에 눈썹 같이 피 많이 나오는데가 베여서 그렇다고 아오미네가 쿠로코 안심시키려고 하는데 쿠로코 결국 눈물 펑. 구급차가 오니 여태 버티던 아오미네도 기절하고 쿠로코 자기가 보호자라고 하면서 아오미네 자꾸 부르면서 울면서 같이 타고 감



한참 뒤 쿠로코 매니저가 쓰러지면 큰일이라고 응급처치받고 기다리는 쿠로코한테 아오미네가 들고 왔던 간식 전달해주는데 2차 눈물 펑. 아오미네는 글씨 엄청 못 쓰는데 얼마 전에 촬영하러 가니 뭔가 열심히 쓰고 있었음. 실패한 건지 구겨진 종이가 여기저기




있어서 치워주려고 가까이 가니 아오미네 펄쩍 뛰고 난리였는데. 꽤 그럴싸한 글씨체로 "우리 쿠로코, 잘 부탁합니다." 적힌 스티커가 간식에 붙어 있던 것. 어떤 문구를 쓸지부터 시작해서 수백 수천 번을 연습했을 걸 생각하니 더 슬퍼졌을 것이다.



엉엉 우는데 의사가 나와서 출혈이 좀 있어서 잠든 것 같다고, 큰 부상은 없는데 갈비뼈랑 팔 골절이 의심된다고 얘기해주고 감. 진짜 피 흥건해(보여)서 죽으면 어떡하나 싶었던지라 다행인데 골절은 어떡하지 싶고. 퉁퉁 부은 눈으로 다행이라고 흐느끼다




쿠로코도 기력 달려서 쓰러지는 바람에 아오미네 옆 침대 신세. 한편 아오미네는 잘 자다 눈 뜨니까 옆에 쿠로코 있어서 식겁해서 벌떡 일어나서 가서 빤히 보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니고 기절한 거 같아서 안심함. 보호자용 침상에 걸터앉아 천천히 보고 있는데



자기가 밀칠 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 눈썹쪽에 흉 생긴 모양이었음. 아오미네 신경 쓰느라 제때 치료받지 못해서 흉터 남을 판이라 속상해서 안 아픈 손 엄지로 쓱 문지르는데 쿠로코가 깼음. 왜 벌써 일어나있냐, 그날 어디서 갑자기 나왔냐는 둥




화내면서 우는데 아오미네 난처해하다가 테츠, 나 환잔데. 퓽ㅅ퓽 그게 왜요? 팔이 아파서 밥도 못 먹어서 배고파. 씩 웃더니 밥 먹여 달라고 할 것이다. 사실 아오미네 입장에선 농구하다 보면 몸싸움 과정에 골절상 당한 적이 제법 되서 아예 안 아픈



건 아니지만 조금 불편한 정도라고 생각하는 수준이고 쿠로코가 그대로 깔렸으면 끔찍했을 건데 자기 팔, 갈비뼈 좀 내주고 구했으니 어때 싶었는데. 부상을 빌미로 그전보다 거리 좁히기 시전하는 아오미네. 쿠로코는 미안해서 거절 안 할 걸 알고. 쿠로코가



대신 맞겠다 싶은 걸 보니 눈앞이 하얗고 그랬던 아찔함에 무자각이었다가 테츠를 사랑하는 구나 깨달아서 적극적으로, 하지만 쿠로코가 겁먹어서 도망가지 않도록. 신혼여행 가기로 협찬 다 받아둔 거라 일정 못 미뤄서 깁스한 채로 우결 촬영 재개한다.



남미 여행인데 아오미네 깁스로 상당수 일정이 변경되었고 아오미네는 그걸 굉장히 미안해함. 레포츠라던지 활동적인 게 많았는데 쿠로코는 오히려 자기도 그냥 볼거리 보는 게 편하다고 했겠지. 신혼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을 가게 되었음.



별이 금세 쏟아질 듯 가득 찬 밤하늘과 어디까지 하늘이고 바다인지 모르게 살짝 물고인 소금사막에 비치는 밤하늘. 살랑이는 바람과 약간의 짠내. 사진작가들의 로망인지 쿠로코가 먼저 신나서 달려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오미네. 신혼여행이라는 타이틀도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듯한 낭만적인 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낮의 소금사막은 또 다른 느낌이라 서로 사진 찍어주기 하는데 아오미네에게 사진이란 대충 셔터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하는 거인데



그날 처음으로 사진 잘 찍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쿠로코는 멋드러지게 자신을 찍어주는데 자긴 못 찍어서. 다친 팔인데도 잘 찍었다고 얘기했지만 그건 테츠, 넌 네 얼굴을 못 봤으니까. 처음 봤던 날의 무표정함 너머의 당혹스러움, 꺼려하는 마음은



소금처럼 녹아 버린건지 사진 찍는 그 순간 마주 본 생기 넘치는 눈동자. 며칠간 이래저래 돌아다니느라 지쳤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활짝 올라간 입꼬리. 이내 휘어지던 눈, 바람을 타고 오는 약간의 땀냄새와 체향 그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



행복한 웃음이 담긴 얼굴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데 렌즈 너머 마주한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해 억울해. 화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필름을 탕진하는 쿠로코를 슬쩍 아오미네도 일회용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몇 번 더 담고. 그렇게 돌아왔다. 쿠로코 몰래



찍은 사진을 현상했는데 딱 한 장이, 쿠로코의 환한 미소를 담고 있어서 아오미네의 보물이 된다. 얼마 뒤 제작진에게 소포가 왔는데 쿠로코의 눈동자를 크게 확대해 아오미네가 웃는 모습이 비친 것을 큰 사이즈로 뽑은 것이었음. 소금사막만큼 눈부신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미소를 보는 기분은 묘하고. 한편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 눈에 저렇게 비쳤구나 싶어 좋고. 다른 액자에는 아오미네가 엉거주춤 (누가 봐도 초짜지만) 서서 쿠로코를 찍으려고 애쓰는 순간의 두 사람이. 팔이 아파 직접 걸진 못해도 엄청



깐깐하게 굴며 액자들을 벽에 거는 아오미네의 모습에 다들 놀라고. 아오미네의 일터에 쿠로코가 찾아가기도 하고, 같이 스트바스 경기 구경도 가고. 수중화보 촬영에 도전도 하고.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 흉내내기, 플라네타리움이 만들어준 별세계에서 별자리찾기



가재 잡기, 아오미네의 수제 바닐라쉐이크 만드는 법 전수받기, 쿠로코의 야끼니꾸 요리 도전기 등등. 약속된 부부 이별의 날이 올 즈음엔 이래저래 정도 추억도 한 가득인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미션 봉투를 받고 처음 만난 카페에 다시 찾아가보는 두 사람



처음과 달리 함께 빗소리 들으며 커피 향을 즐기고 아무 말 없이 한참 있다 또 묵묵히 서점을 갈 것 같다. 아오미네가 "테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특별하게 그런 거 없이 그냥 평소처럼 하자." 해서 쿠로코 첫 데이트처럼 책에 잠시 빠져들다 다시 보니



묵묵히 따스한 눈길로 자길 보고 있는 아오미네. 그날처럼이면 나도 졸고 있었겠지. ...아오미네군.... 근데 그러기에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이제 못 보는데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야지. 씩 웃는데 어쩐지 쿠로코 마음도 애틋하고 슬퍼진다.



근데 테츠, 그날처럼 사면 오늘은 내가 못 들어주니까....조금만 사자. ...알겠습니다, 아오미네군.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인데도 왠지 우는 것 같고. 그날처럼 햄버그 왕창 시켰지만 먹는 속도는 엄청 느렸다. 다 먹고 나면



진짜 이별임을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서로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교환하고 안녕. 이제 둘은 다시 남이 되었다. 쿠로코 집에 와서 선물 풀어보니 자기가 갖고 싶던 것이나 함께 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들이라 눈물날 거 같아서, 편지보면 그 순간 정말



우리가 안녕했구나 싶어서 차마 펴보지 못함. 분명 또 몇 번이고 쓰고 버리고 하며 썼을 거라 조금은 삐뚤빼뚤한 글씨만 봐도 가슴 아플까봐. 한동안 촬영 수락하지 말 걸, 처음부터 만나지 말 걸 후회도 하고 일상에 묻어나는 아오미네와의 추억들이 떠올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아오미네 집에 그 액자 여전히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기억의 편린이 쏟아내리며 아오미네를 사랑했구나, 알게 되는 쿠로코. 속앓이 하는 자기랑 다르게 방송으로 보는 아오미네는 평소같고, 나 혼자만 앓는 것 같고




차라리 카메라 꺼지면 다정하지 말지, 나말고도 누군가에게 또 다정하겠지.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그렇게 굴었던 걸까, 머리는 아는데 왜 마음은 포기를 못할까. 속썩다가 어느날 돌연 볼리비아로 가버렸으면. 당초 잠깐 이따 오려던 게 아오미네 다쳐서



못한 일정들 해보느라 한 달 지났고...마지막으로 소금 사막 갔다 갈까 싶어서 동행 구하는 글 남겨두는 쿠로코. 다음날 새벽에 출발지로 가보니 온 몸을 칭칭 두른 남자랑 가이드가 얘길 나누고 있고. 쿠로코 보더니 뭐라고 말하며 어깰 툭 치고 운전석에.



가는 동안 심심할 법도 한데 자기처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지 남자도 조용하고. 소금사막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쿠로코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을 것. 그러다 어느 날 키세가 호들갑떨며 전화함. 쿠ㄹ로콧치!!! 사진!! 사진!!! 신문!!!



키세를 진정시켜 가며 얻은 소식대로 신문에 아마추어 사진전 대상 받은 사진이 제 모습이었음. 배경이 소금사막이었으니 그 남자였겠지 싶어 동의도 없이 사진찍고 출품해도 되냐고 항의하려 연락처를 수소문하는데 돌아온 건 메일주소 뿐이었음. 어쩔 수 없이



주소창에 splendid_light@xxxxx.com 입력하고 한 자 한 자 적어 보냄. 출품 축하하고 멋진 피사체가 되어 영광이지만 저는 이 사진이 전국에 퍼진 상황이 불편합니다 운운. 그리고 자기 맘대로 행동했으니까 쿠로코씨도 하나 마음대로 하게



해드릴테니 어디로 오라는 답장이 왔음. 가지 않으려 했지만 주소가 아오미네와의 신혼집 근처라 우연히라도 볼 수 있길 바라며 나갔음. 최근 새로 메뉴에 등장한 건지 그럴싸하게 꾸며진 메뉴판 사이 슬그머니 적힌 수제 바쉐를 시키고 앉아 있는데 달그락




소리와 함께 아오미네가 씩 웃으며 바쉐를 내려놨음. 아오미네군,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요? 뭐,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지. 테츠는 잘 못 지낸 건가? 얼굴이 반쪽이야. 나만 좋아했구나. 몇 달이라는 그 길고 긴 시간이 당신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구나 씁쓸하면서도 얼굴보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아오미네를 본 것만으로도 기쁘고. 아오미네 군은 여기 무슨 일로 왔습니까? 테츠 만나러. ...? 아, 지나가는 길에 제 차를 보셨나요? 아니, 그거 말고. 내가 오라고 했잖아. 네? 나였어.




사진 찍은 거, 나야. 아오미네 군 사진 그렇게 잘 찍지 않았잖아요.....? 테츠가 행복히 웃는 모습, 다시 찍는다면 꼭 성공하고 싶어서. 연습했지. 욕도 엄청 먹었어. 그럼 그때......?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찾아갔더니 조만간 돌아온대잖아.



모월 모일 비행기를 타고 귀국 예정이라길래 급히 날랐지. 위약금 꽤 들었다? ....촬영 중단하고 왔습니까? 기다렸다는 아오미네의 말을 캐치하지 못하고 쿠로코의 머릿속은 위약금과 급히 잡은 티켓값의 합계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저히 포기가 안 되서, 인연이라면 만나겠지 해서 소금사막을 가기로 했는데 있었잖아, 거기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 같은 미소를 아주 잠깐 띄길래 나도 몰래 찍어버렸어. 그동안 내 나름 노력했으니 테츠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사진전 냈는데 수상작 사진을 신문에 실어버릴 줄 몰랐지.... ....사진 찍는 법 배우느라 고생한 건 알겠는데 기다렸다느니 포기라느니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한 그때의 아오미네 표정은 쿠로코가 봤던 그 어느 순간보다도 멍청해 보였다.




테츠 설마 아직도 내 편지 안 봤어?! 뇌리를 스치는, 아직도 펴지 못한 우리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던 그날의 편지. 서랍 어디선가 잠들어 있을 편지를 생각하며 쿠로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오미네는 제 머리를 쥐어 뜯었다.




편지에 썼었어. 몇 번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이것저것 구구절절 쓴 건 기억 안 나지만. 나는 테츠가 좋았어. 처음 본 순간 반했을지도. 테츠는 처음 날 봤을 땐 정말 싫은 표정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웃어주길래 고민 끝에 써. 방송은 오늘로



끝이지만 우리 사이는 끝이 아니였음 좋겠어. 나 이제는 바닐라 쉐이크만큼은 잘 만들어. 언제든지 바쉐 만들어 달라고 하면 테츠한테 갈게. ...그래서 편지 낭독하지 말고 헤어진 건데. 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지막에 서로 편지 읽고 끝내지 않길래



그 편지에는 사무적으로 안녕을 고하는 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편지를 넣었는데. 테츠가 담담히 적은 그 편지 때문에 난 나만 좋아했나 싶어서 반할 만큼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했는데....잠깐만, 다른 편지도 있었단 거 아니야!? 네 두 통이었어요.



그, 다른 한 통은 뭔데? 아오미네군이 생각하는 그런 내용이요. 촬영은 끝났지만 계속 하고 싶다는. ...그거 지금 어디 있어? 끝나고 불에 태워버렸어요.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 아오미네는 이내 꽥 소리쳤다. 잠깐, 테츠! 그 말은 나랑 사귀ㅈ




목소리가 큽니다, 아오미네 군. ...계속 삽질한 거네, 우리....연락 없는 테츠가 잘 살고 있으면 속이 쓰릴 거 같지만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반지도 없고 아직 나한테 기회는 있다 싶었는데. 오늘 얼굴이 반쪽이라 사실 놀랐어. 누가 힘들게



한 걸까, 행복하게 해줄테니 내가 곁에 있게 해달라던 건데. ... ...나였잖아, 테츠를 힘들게 한 거.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오미네는 슬픈 듯 기쁜 듯 묘한 표정이었다. 아까, 제 마음대로 하나 하게 해준댔죠. 엉? 어! 저랑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은 하늘 아래 자주세요. ! 저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지만. 아니야! 저랑 연애하면 아오미네군이 더 손해볼 거예요. 저랑 인지도 차이도 크고. 이번에 남미 오느라 깨졌던 것하고는 비교도 안 될지도요. 테츠, 나 돈 많아.




그리고 그 때 사진 안 찍어서 오늘 안 만났다면 테츠 못 볼지도 모르잖아. ...확실히 아오미네군이 연락해도 피했겠죠. 고작 그 돈에 테츠와 드디어 통했는 걸. 그리고 이미 각오는 되어 있어. 테츠도 기억하잖아? 그날 아무 생각없이 구한 게 아냐.



아오미네는 쿠로코의 눈썹에 남은 흉터와 제 눈가에 흉터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부터 이미 내 심장을 쥔 건 테츠였는걸. 아오미네군... 진심으로 테츠를 잃을 바엔 내가 죽고 말자는 심정이었어. 그랬으면 어떤 의미론 테츠에게 영원히 기억될 거고



그렇다면 그런 죽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팔이랑 갈비뼈 정도 조금 불편하고 말아서 다행이긴 했지. 아니, 사실은 살아서 테츠 웃는 모습도 보고 좋았지. 계속 웃게 만들어주고 싶었어. ..... 그러니까 테츠 마음대로 내 손해같은 거 신경쓰지말고.




...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대로 사랑하자. .... 그러기에도 짧은 인생이잖아.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던 쿠로코의 눈이 또다시 퉁퉁 부어오른 채로, 아오미네와 쿠로코의 2번째 계약이 끝났다. 익숙한 그의 집에서 잠들 밤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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