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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흑] 닐라닐라 바닐라

에딘MOON 2017. 11. 12. 00:22

닐라닐라 바닐라~~ 생각이 갑자기 팍 나면서 황흑이 떠올라서ㅋㅋㅋ조금 풀어봄. 두 버전을 준비했어요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러나 둘 다 망한다)



1) 키세가 야쿠자 그날따라 쿠로코는 운이 없었다. 안 팔리는 아이돌이라며 (애초에 데뷔도 못하고 있지만) 친척들을 필두로 한 비아냥에 언젠가는 꼭 해내리라 믿었던 마음도 흔들릴 만큼 힘도 들고. 무엇 하나 빠지는 거 없는 멤버들 문제가 아니었다.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자신의 믿을 수 없을 만큼 흐릿한 존재감 때문이다. 밀어만 준다면 뜰 자신이 있는데, 소속사 입장에선 초기의 손해를 굳이 감당하며 데뷔시킬 필요가 없겠지. 포기해야 하는 걸까 괜스레 무거워진 마음은 발걸음마저 느려지게 만들었다.



유난히 지친 마음에 평소라면 택하지 않을 지름길인 으슥한 골목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걸을수록 무거워지는 분위기는 끝내 쿠로코의 숨소리마저 앗아갔다. 숨죽여 걸어가던 와중, 이런 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호탕한 웃음소리에 쿠로코는 저도 모르게 멈춰



섰다. 대체 조직 이름을 어떻게 짓는 건지 원. '사과사과 아오모리사과' 파라니 난 그런 이름 말할 바엔 혀 깨뭄다. 풉- 저도 모르게 터져버린 웃음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새까만 옷을 입은 덩치 큰 사내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둘러쌌다



뭐야 넌? 언제 숨어들었어!? 너 임마 어디 파 첩자 새끼 아니야?! 창백해진 얼굴로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런 쿠로코를 흥미있게 보던 남자 손짓 한 번에 그 많은 사람들이 흩어졌다. 흡사 모세의 기적같이. 전...그저 저희팀 그룹 예명 생각에...



그룹? 예명? 아~ 가수 준비해요? 예명이 뭐였는데? ....닐라닐라 바닐라입니다. 아 뭠까~ 어디 아오모리 사과파 친척이라도 연결됐나 무슨 이름이 그래여? 실실 웃는 남자는 화려한 차림과 호감을 부르는 외모였지만 잘 벼린 칼과 같이 날 선 구석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쿠로코의 얼굴을 보드랍게 감싸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흐응 아직 연습생? ...아마 앞으로도요. 왜요? ....초기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저한테까지 투자하고 싶진 않을테니까요. 제가 빠지는 게 멤버들은 나을지도....



....이름이 뭐예요? 예명이라면 닐라닐라 바닐라 기각되서 아직 없.... 아뇨, 그쪽 이름 말야.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멤버들이 쿠로콧치 덕 보게 해줄까요? 남자는 손짓 하나로 주변의 인물들을 싹 쫓더니 쿠로코의 귓가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악마의 유혹이 이랬을까? 아까까진 모든 게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이 어서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부추겼다. 대답을 바로 하란 건 아니고요. 언제든 생각 있으면 이곳에 와서 키세 료타를 만나러 왔다고 해요. 네...? 내 이름임다. 그럼 또 만나.



빙긋 웃던 남자는 조심히 가라는 말을 남기고 흔쾌히 돌아섰다. 달빛에 비친 머리칼이 눈부신 사람이었지. 꼭 잘 만든 조각처럼...그 날의 이상한 인연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쿠로코 앞으로 이따금 화려한 고급 요정의 도시락이나 꽃 따위가 왔다. 이름은



없었지만 쿠로코는 직감적으로 그 남자, 키세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 뒤 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쿠로코는 제 자리였다. 멤버들 중 아무도 쿠로코를 탓하지 않는 게 더욱 괴로웠다. 이렇게나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처음 마셔본 술에



비틀비틀 위태롭게 걷던 쿠로코는 이내 주저 앉았다.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과는 달리 몸은 꿈쩍도 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눈꺼풀이 슬슬 내려앉을 즈음,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는 손길에 쿠로코는 화들짝 놀랐다. 나예요. .... 나야, 쿠로콧치.



....키세 군...? 술 때문인지 불안정한 목소리로 겨우 내뱉은 이름에 키세는 해사한 웃음으로 답했다. 내 이름 기억하고 있었구나, 기쁨다. ...그 도시락도...꽃도 고맙습니다... 더 기다릴까 했는데 참기 힘들어. 내가 밀어주고 싶어요.



...네? 쿠로콧치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인지 도통 손 벌릴 생각이 없어서, 내가 애원하는 거예요. 그래도 안돼? ....왜 저한테요? 쿠로콧치가 좋으니까. 그 눈빚에 키세 군이라면 더 대단한 사람들과도 연결될 텐데요, 라는 말은 나오지 못했다.



술김에, 라는 핑계로 쿠로코는 못 이긴 척 허락했다. 빠져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 만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던 키세의 얼굴이 그날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죽은듯이 잠들었던 쿠로코가 눈을 뜬 건 정오가 한참 지나서였다. 어느새 꺼져버린 핸드폰



전원을 켜자마자 수십 통의 전화와 문자 따위가 가득했다. 천천히 읽어보려던 중, 귀신같은 타이밍으로 멤버에게 전화가 왔다. 쿠로코, 지금 어디야!? 집입니다. 무슨 일 있어요...? 사장님이 급히 찾으셔! 우리 데뷔일 때문에! 네..?? 일단 갈게요



쿠로코 군 어서 오게! 놀라울 정도의 환대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멤버들과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 보니 키세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아~ 제가 쿠로콧치, 아니 쿠로코 씨가 마음에 들어서요. 투자 좀 하려고요.



원한다면 우리쪽 전속 모델 건도 밀어주고 단독 콘서트, 광고, 드라마 출연 뭐든 원하면 하게 해줄 수 있고. 데뷔도 못한 신인에겐 너무나 파격적인 제안을, 키세 료타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말해왔다. 그보다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인 걸까, 키세 군.



사장님은 잘 알겠지만, 제가 그 정도 능력 충분하지 않슴까. ...그렇죠...그런데 왜...? 말했을 텐데요. 쿠로코 씨가 마음에 든다고. 행여나 이상하게 나오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키세는 웃었다. Bon appétit!



밝은 세상에서든 그림자 세계에서든 여러모로 영향력이 미친 키세 때문인지 쿠로코의 아이돌 생활은 순풍을 만난 듯 부드럽게 나아갔다. 그룹 이름은 어때요? 바닐라 스카이 마음에 들어요.....하지만 사실 닐라닐라 바닐라보단 뭐든 괜찮았을 거예요.



아, 뭐 그렇죠. 쿠로콧치를 만나게 해줬으니까 아오모리사과파 놈들한테 고맙다 해야하나? 그런데 키세 군, 대체 키세 군은 뭐 하는 사람인가요? 음....그냥 심심해서 적당한 자리에만 있었는데 쿠로콧치 팍팍 밀어주려고 회장 후계자 해줄까 하고요.



네...? 오야붕이 자꾸 귀찮게 해서 계속 그럼 나가버린다 하고 거절했던 거라 쌍수들고 환영할 걸? 아 기왕 환영할 거 쿠로콧치에게 100억 선물하라고 할까요? ㅍㅁㅍ 아이돌 하다 짜증나게 하는 사람 있으면 바로 때려치워요.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줄 수도 있고. ...그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뒷 맛 나쁘고... 잊지 말아요. 나는 쿠로콧치를 좋아한다는 걸. 쿠로코는 입맞춤을 갈구하는 키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참 부드러운 남자였다.





2) 쿠로코가 야쿠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어둡고 으슥해서 꽤 다부진 체격의 키세에게도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에 웃어버린 게 문제였다. 바닐라 쉐이크 여기 있습니다, 형님! ....L 사이즈는 됐다고 했는데...



하지만 형님껜 늘 최고로만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락부락한 덩치들을 보고도 웃음을 참지 못한 건 키세의 실책이지만. 배신자의 목을 가져오란 말을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야쿠자 입에서 바닐라 쉐이크란 단어가 나오기에 방심하다 웃음이 나온 건 불가항력.



넌 뭔데 감히 우리 형님을...! 그만 됐어요. 야마다 군. 그보다 그 사람 좀 데려올래요? 하늘하늘한 외모와는 다르게 꽤 심지 곧은 사람인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운 외모에 키세는 멍청히 입을 벌리고 한참을 보았다.



왜요? 야쿠자같이 안 생겨서요? 네...네? 앗..... 비웃었다고 제거 당하는 건 아니겠져....이리저리 흔들리는 키세 눈동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름이 뭐예요? 키세 료타, 대학생이고... 직업이나 다른 건 됐어요, 키세 군. 애인은 있나요?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키세 군이 마음에 들어서요. 애인이 없다면 나랑 만나줬으면 좋겠는데요. 싫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서운 덩치들이 주변에 가득이었다(..) 동성연애에 거부감도 없거니와 덩치들에게 조용히 제거될까(ㅋㅋㅋ) 일단 사귀고



보는데 쿠로코가 너무 신사적이고 키세 상상의 야쿠자답지 않게 독서광. 가끔 이 사람이 조직 윗사람 맞나 싶다가도 검은 양복 차림의 덩치들이 우수수 반길 때 문득 앗 맞다...했을 것이다. 쿠로코는 키세를 속박하지도 않고 언제든 떠나고 싶다면 말하라고



하는데 (다른 조직 사람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던지 그럴 때) 어느 날 키세랑 둘이 있다가 다른 조직원 습격 받음. 칼을 들고 후들후들 떨면서도 흥분해서 죽여버릴 거라 날뛰는 모습에 키세 백짓장마냥 머릿속이 팅 비어서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는데



쿠로코 굉장히 침착히 보고 있다가 단 번에 칼 쳐서 날려 버리고 구해줄 것. ㅋㅋㅋㅋ그 뒤로도 몇 번 그런 일 있어서 키세도 점점 간이 부어서(+쿠로콧치가 어떻게든 구해준단 믿음) 나중엔 자기 혼자 있을 때 습격 당해도 나 쿠로콧치 애인임다!! 하면서



칼 날리고 그럼. 그러다 쿠로코랑 데이트(라 쓰고 서점에서 책 사고 밥 먹음) 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습격 당하는데 방심한 키세를 노린 칼에 쿠로코가 대신 옆구리 찔림. 범인은 이내 잡혀가 조직원들의 손에...(애도) 쿠로코 자기가 다친 와중에도



키세군 괜찮나요? ㅠ0ㅠ 쿠로콧치가 안 괜찮은데요!!! 키세 군 울면 얼굴 못 생겨집니다. ㅍ.ㅍ 지금 그게 문제예요!? 얼굴빼면 볼 거 없는 사람이잖아요ㅍㅅㅍ 넘 해!!! 그래요, 그냥 평소처럼 그런 반응이 좋아요. ㅋ, 쿠ㄹ로콧치!?!?!



그러고 쿠로코 기절했는데 키세 펑펑 울다가 의사가 흉 남겠다고 하니까 ㅠ0ㅠ 쿠로콧취....!! 더 울다가 탈진해서 옆 침대에 같이 누움(ㅋㅋㅋㅋ) 눈 떠보니까 쿠로코가 키세 침대 옆 간이 침상에 앉아서 빤히 보고 있음. 헉 뭐ㅇ, 아 쿠로콧치ㅠ0ㅠ



그보다 벌써 일어나고 그래도 됨까!? 별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ㅍ.ㅍ ㅠ0ㅠ 쿠로콧치 옆구리 그거 흉 남는다고 그랬슴다. 흉 좀 나면 어때요. ㅠ0ㅠ그렇지만 그 흉 나 대신 찔려서 그런 건데... 그럼 키세 군이 책임지든지요. σ σ....네?



싫으면 말고요. 아,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럼 키세 군이 책임지는 걸로 알게요ㅍvㅍ 옆구리 한 대 내주고 이 정도면 큰 수확이네요. ....근데, ...? 이제 그 몸 내 지분도 있는 거니까 다치지 말아요! ㅠ0ㅠ 키세 군이 원하면 그럴게요.



그렇게 러브러브하는 황흑(흐뭇) 쿠ㄹ로콧치 나 취직 어떡함까ㅠ0ㅠ 잘 하는 게 뭘까여!? ...? 취직을 꼭 해야 하나요? σ▼σ? 제가 있는데 키세 군이 굳이 돈 벌어야 하나요? ...앗 솔직히 키세 군 외모로 원한다면 한 몫 단단히 챙길 테지만,



남들이 키세 군 알게 되는 건 제가 별로 달갑지 않네요. 그렇지만 쿠로콧치만 일 시키는 것도...ㅠ0ㅠ ....난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데요. 괜찮죠, 료타 군? σ σ....!!!!! 그래서 그냥 늘 쿠로코 옆에 붙어 다니는 키세 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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