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쉬흑으로 뱀파이어물222~~ 이번엔 쿠로코가 뱀파이어. 내쉬는 어릴 적 가족 모두를 뱀파이어에게 잃고 본인 또한 죽다 살아남.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은 내쉬 팔에 오롯이 새겨졌고, 그가 헌터가 되면서 문신을 새로 새기며 감춰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쉬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내쉬의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수법은 뱀파이어들 사이에 유명했음. 내쉬는 뱀파이어들의 환심을 사서 가까워진 뒤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총을 쏘거나 검을 찔러 절망과 배신에 몸부림치는 두 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에 소문이 흉흉했음. 그러나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고 인간과 친하게 지낸다는 걸 알리고 싶어하지 않아서 (약점으로, 먹이로 잡힐까봐) 그저 암암리에 뱀파이어에게 극한의 절망을 주는 저승사자가 있다고만 돌았다. 그리고 내쉬가 30명의 숨을 거둔
다음 우연히 지나던 길에 있던 고성에서 쿠로코를 만나게 되었음. 내쉬는 늘 그렇듯 뱀파이어의 유일한 인간 친구가 되는 식으로 접근하려 했고 쿠로코가 빙긋 웃어서 통했나 싶었음.
마침내 저에게도 왔네요. 행복의 저승사자.
뭐?
이젠 지쳤습니다.
당신이 뱀파이어들을 안식으로 보내주는 사람이지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아무도 몰랐던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랄 시간도 없었음. 쿠로코가 기쁘게 웃었던 것이 자신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여서 내쉬는 기분이 미묘했음. 그토록 오랜 시간을 산
뱀파이어들도 죽는 그 순간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였는데 쿠로코는 달랐음. 내쉬의 허리춤에서 은 단검과 총을 빼서 손에 쥐여주곤 눈을 감는 모습이 신성하게 느껴질 정도였음. 내쉬는 손에 힘을 주지 않고 다시 총과 칼을 넣었음
미안한데 난 뱀파이어를 아주 증오해.
알고 있습니다.
너희가 가장 기쁜 순간, 생명의 불을 끄는 게 좋다. 너처럼 죽여주길 바라는 이에게 순순히 죽음을 선물할 리 없잖아.
그렇습니까.
그러니 네 곁에 있으면서 가장 행복하고 살고 싶은 순간 목을 취한다
알겠다고 대답하는 쿠로코와 늘 그랬듯 아주 다정하고 호의적인 친구 행세를 하는 내쉬의 동거 이야기. 쿠로코는 인간의 피를 절대 먹지 않고 기껏해야 짐승의 피나 조금 먹었는데 그마저도 스스로에 대한 지독한 혐오와 함께였음. 그리고 언젠가의 미래에 내쉬는
쿠로코가 과거에 자신의 가족을 죽인 뱀파이어였음을 알게 된다. 쿠로코는 이성을 잃고 대참사를 벌인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고 그가 그때 살아남은 아이임도 알고 있었음. 덤덤히 말하던 쿠로코는
제가 밉겠지요. 당신의 손에 죽는다면 최고의 죽음이지만
당신에게는 최악일까요. 내쉬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를 자신의 손으로 처치할 것인지, 영원히 죄책감에 시달리게 내버려둘 것인지. (아래 타래로 엔딩이 다르게 이어집니다.)
1) 해피 엔딩
내쉬가 쿠로코의 숨을 거둘지 말지 고민하던 차에 그는 문득 왜 이성을 잃은 쿠로코가 자신은 살린 것인지 궁금해졌음. 쿠로코의 말대로라면 그가 가장 먼저 죽일 것은 아이였던 자신이었을 것이었음. 더욱이 달빛에 비친 자신의 팔에 새겨진
상처는 뱀파이어가 냈다고 할 수 없었음. 하지만 쿠로코가 사실을 말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몰래 오래 전 골드 가의 참혹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아버지와 삼촌이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서로의 가족을 죽일
것을 의뢰했고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의 뱀파이어들이 서로의 집에 쳐들어가 가족들을 참살한 것. 유일하게 남은 골드 가의 혈육인 내쉬를 우연히 지나가던 쿠로코가 구해냈지만 그를 도망치게 한 대가로 물려 버렸음. 내쉬에게 사태를 알려 주기엔 그는 너무
어린 아이였기에 쿠로코로서는 인생 최대의 연기력으로 자신이 가족을 이유없이 죽인 것이라 얘기했음. 그리고 언젠가 내쉬가 자신을 죽이러 와주길 기다리기로 함. 그래서 뱀파이어들이 죽어나간다는 소식이 들릴 즈음 내가 살린 그가 무사히 자랐구나, 기뻐했음
그리고 내쉬가 자란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영원한 잠에 들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가 찾아온 것. 이제 여한은 없다 싶었는데 내쉬가 자신이 행복할 때가 아니면 죽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쉬는 정말로 오랜 친구처럼 다정했기에 쿠로코는 점점 살고
싶어졌음. 마음이 바뀌기 전에 제 목숨은 내쉬가 거둬가야 했기에 쿠로코는 내쉬에게 거짓된 사실을 흘렸고 그 날 내쉬는 조용히 사라졌음. 얼마 뒤 돌아온 내쉬는 무표정으로
물어.
네?
날 영생의 존재로 만들어줘.
그럴 순 없습니다.
왜 그랬어.
그냥 날 죽게 놔두던지, 사실을 이야기하지.
내쉬군에게 돈 때문에 가족이 서로를 죽음에 밀어 넣었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넌 영원한 고통에 살게 되었잖아.
동물 피로도 버틸 순 있고, 저는 원래도 외톨이였습니다.
지금은 아니잖아.
어떻게 내 손으로 은인을 죽이라고 할 수 있어?
내쉬군이 제게 영혼의 안식을 준다면 최고의 보답입니다.
동물 피로도 버틸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물어.
언젠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친했던 이들이 늙고 병들어 가는데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데
자괴감이 들지도 모릅니다. 영생과 허기짐, 지독한 외로움은 만만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힘든 길, 혼자 걷지 말고 같이 있게 해달라고!
대체 왜....
널 원망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요, 구원이야.
단호한 눈의 내쉬를 보다가 결국 쿠로코
손에 같은 밤의 주민이 되는 내쉬. 새벽에 녹아들어 둘이 오래도록 살면 좋겠다. 이렇게...↓
이 노루 피 맛없어
내쉬군 편식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이게 더 맛있을 거랬잖아요.
야 넌 맛있는 것 좀 먹고 커!
일찍 뱀파이어가 되서 안 큰 거예요!
2) 배드 엔딩
쿠로코의 숨을 끊기엔 고통은 잠시, 결국 쿠로코가 원했던 결말이 되는 것 같아서 별로. 그렇다고 그를 살려두고 영원히 괴롭게 하는 것은 글쎄, 시간이 약이라고 영겁의 세월 속에 처음보다는 조금씩 약해질 것 같았다. 처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쿠로코의 귀에 내쉬는 슬며시 속삭였다.
내 손에 죽는 것은 너에겐 최고의 죽음이겠지. 네게 최악의 죽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했어.
쿠로코는 흡혈을 극단적으로 싫어했음. 그렇기에 지독한 갈증에도 필사적으로 버텼으나, 지나는 길에 그만 손가락에
살짝 상처가 난 내쉬의 가족 중 누군가의 혈향에 그만 눈이 뒤집혔던 것. 그리고 어린 내쉬의 몸에 상처를 새긴 그 순간, 어린아이 특유의 냄새와 피냄새가 섞일 즈음 정신을 차려 버렸음. 자신이 벌인 끔찍한 사태에 쿠로코는 도망을 치고 말았으나 그날의
기억은 두고두고 쿠로코를 괴롭게 했음. 그 다음부턴 피를 탐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동물 피로라도 갈증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내쉬는 자신의 생존과 그가 선사할 죽음이 쿠로코에게는 스스로가 아직은 인간이라고 믿고자 하는 마음의 지지대라는 것을 느낌
네 약점이 뭔지 알았어. 넌 네가 아직은 인간이라고 믿고 싶겠지. 그래봤자 너 역시 추악한, 피를 탐내는 괴물일 뿐이야.
그리고는 내쉬는 쿠로코가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시킨 후 그의 앞에 몸에 흉터를 내고 강제로 자신이 흘린 피를 맛보게 함.
매일같이, 잦은 빈도로 내쉬는 쿠로코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며 속삭였음
그토록 네가 바랐던 아이의 피야, 쿠로코. 너도 알잖아. 점점 네가 건강해지는 걸. 그러고도 네가 아직 인간답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포기해. 그리고 네가 누군지 똑똑히 봐.
네 안의 괴물을 깨우고 내 목에 그 이빨을 박아 넣고 피를 빨아. 그리고 그토록 혐오하는 스스로의 본성에 절망하며 죽어가라.
쿠로코의 마음은 죽을만큼 절망스러웠으나 피를 공급받은 신체는 그에 반해 너무나도 튼튼해졌고 내쉬는 가장 좋은 음식을 먹으며
신선한 피를 만들고자 했음.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오래 전 내쉬 집안에 피바람을 몰고 온 쿠로코의 본성이 내쉬의 목을 찢고 피를 빨아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내쉬는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소름끼칠만큼 환한 웃음을 짓고는
거봐. 내가 뭐랬어.
넌 결국 괴물일 뿐이라고 했잖아.
속삭이고 쿠로코는 자신을 감싸오는 지독한 혐오감과 피를 더 먹고 싶다는 갈증에 괴로워하면서도 결국은 피를 찾아 나선다.
3) 메리 배드 엔딩
가족을 생각하면 내쉬가 쿠로코의 숨통을 끊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쉬의 마음은 자꾸만 쿠로코를 살리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내쉬는 그간 같이 지내오며 봐온 쿠로코의 모습이 뱀파이어답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해서
그런 거라 믿었으나....쿠로코를 살려야 할 이유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려 하는 제 모습에, 자신이 쿠로코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쉬는 죽어가던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분노를 불러 일으키려 했으나 이미 흐려진 그 얼굴 위로 쿠로코의 웃는
얼굴이 겹쳐지고.
가족이어서 행복했어요. 하지만 이젠 안녕.
가족을 위한 복수보다는 결국 자신의 행복을 선택했음. 쿠로코에게
네가 내 가족을 잃어버리게 했으니, 네가 내 가족이 되어 보상해.
라고 얘기했고 내쉬는 쿠로코를 대신해서 적극적으로
피를 구했음. 짐승 피로 어찌어찌 버티다가도 어느 순간 또 터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유를 들었고 쿠로코는 내쉬의 예상대로 그 희생양인 내쉬에게 반박하지 않았음. 사고로 절단된 이의 부위에서 났던 피라던지 온갖 핑계로 내쉬는 쿠로코에게 피를 제공했음.
쿠로코에게 자신도 뱀파이어로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일찍이 거절당했고 그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함. 그리고 그걸 수락한 쿠로코. 처음에 내쉬는 정말로 우연한 사고 따위로 다친 이들의 피를 모았었으나 차츰 쿠로코에게
신선한 피를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음. 쿠로코와 내쉬가 있는 성 주변에서 사고를 당해 죽는 이가 늘자 점차 그곳에 뱀파이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게 됨. 왕국 기사단이 올 거라는 것을 들은 내쉬는 잠들어 있던 쿠로코의 심장에 칼을 꽂고
고통스러워하는 쿠로코에게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음.
쿠로코는 내 손에 죽어서, 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뻐.
고맙습니다, 내쉬군......좀 졸리네요.
매 순간 자신을 괴롭히던 갈증에서 해소된 쿠로코는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었음.
기사단이 쳐들어왔을 때 내쉬는 자신이 뱀파이어인 마냥 쿠로코의 시신에서 피를 빠는 시늉을 하고 있었음. 자세히 보았다면 그의 송곳니는 날카롭지 않았음을 알았겠지만, 내쉬의 당당함과 일견 오만해보이는 자세에 긴장한 그들에겐 보일 리 없었음.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수많은 창에 뚫리며 죽어가는 와중에도 내쉬는 품에 안고 있던 쿠로코의 얼굴을 소중히 쓰다듬었음. 다음날 기사단에 의해 한 명의 뱀파이어와 가련히도 희생양이 된 소년의 시체가 화장당했음. 쿠로코는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았음.
실은 그가 뱀파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고 들켰다 한들 물려서 변하려던 걸수도 있으니 화장하자는 의견이 더 힘을 얻고 말았을 것이였음. 처음부터 내쉬의 계획대로 된지도 모르고. 그는 쿠로코의 소원을 알았음. 인간으로서 죽고 싶어하던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자신은 그토록 바라던 쿠로코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 기회였음. 기사단의 누구도 몰랐음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내쉬는 이미 숨진 쿠로코에게 입을 맞추며
이제 곧 만나겠지.
라고 말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