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샘플

[적흑골] 드래곤 육아일기 샘플3

에딘MOON 2018. 3. 26. 15:12

03. 그 이름, 쿠로코 테츠야.



 

보통의 인간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두 용이라 평범한 인간은 어떤지 모르지만, 테츠야는 꽤 순하고 영특했다. 아카시와 내쉬가 쉬지 않고 말하는 파파가 그 둘을 지칭하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그 비스무리한 소리를 내며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내쉬는 자신과 아카시를 부르는 테츠야의 파파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무슨 일로 부르지.”


왜 너 부를 땐 웃으면서 파파냐. 사루, 너 지금 차별하지?”


테츠야에게 사루라고 하지 말랬을 텐데. 그리고 차별이 아니라 테츠야도 뭘 아는 거지.”


인간이나 원숭이나 별 차이도 없구만.”



 

사실 테츠야가 내쉬를 부를 때 웃지 않는 건 아니다. 굳이, 굳이 표현하자면 1mm 정도 입꼬리가 덜 올라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내 방긋 웃다가 내쉬가 부를 때만 기막히게 힘이 빠져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테츠야의 마음 속 애정은 아카시와 내쉬 두 용에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만, 하필 내쉬가 부르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탓에 오해하고 있었다.



그 미세한 차이에도 예민하게 불평하는 모습은 테츠야를 처음 데려왔을 때 짜증내던 내쉬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요, 다른 용 같지만, 아카시는 매번 테츠야를 사루라고 부르는 내쉬가 못마땅했기 때문에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다.




 

변변한 부모 없이 자랐다고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얕보이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카시의 마음이었다. 물론 이 땅의 생명체 중 그 누구도 감히 아카시와 내쉬를 뒷배로 갖고 있는 테츠야에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아카시와 내쉬에게 죽을 것이고.



 

이러다 사루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어떡한담. 그러니 어서 저걸 고쳐야 하는데.


 

그 눈 뭐야, 무섭게.”


확실히 예전에 유희갔던 곳에서 원숭이와 인간이 종()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하긴 했지.”


……?”



 

어쩐 일로 순순히 인정하지? 수상쩍다는 듯 쳐다보는 내쉬를 보며 아카시가 활짝 웃었다. 이걸로 100%, 아니 1000% 확실해졌다. 내쉬는 몰려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 그렇다면 테츠야가 널 황금 도마뱀이라고 불러도 좋지?”


……?”


골드 드래곤이라고 해봐야 덩치가 좀 많이 크고 지능이 뛰어난 황금 도마뱀 아닌가?”


………….”

 




다른 생명체가 그랬다면 당장에 죽여 버렸을 텐데. 아카시의 논리는 심지어 잘못된 곳도 없었다.



내쉬 골드 주니어. 느긋하고 여유로운 골드 드래곤들의 특징은 1도 없지만, 딱 하나 이름에 한해서는 누구보다도 여유로웠다. 그의 아버지 라미너스 골드의 이름도 귀찮다는 이유로 네 글자를 3년에 걸쳐서야 제대로 외웠지 않았던가. 그의 인생, 아니 용()생 처음으로 3개월이라는 단시간에 이름을 외운 존재가 생겼다.



……실은 외우려고 마음먹은 1분 만에 외웠지만.





 

내쉬가 테츠야라고 제대로 부른 지 1주일이 지나, 문득 두 용은 의문이 생겼다.



 

.”


내쉬.”


……먼저 말해.”


………네가 먼저.”




 

한참을 서로 쳐다보다가 아카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남부럽지 않게 테츠야를 키우겠다고 생각했지.”


…….”

 



그거 어디의 부부같은 소리냐. 아카시가 들었으면 질색했을 발언은 꾹 참고 내쉬는 계속 얘기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테츠야가 인간 부모가 없어서 그렇지, 사실 웬만한 보통 인간들보다야 훨씬 나은 조건이지.”


……훨씬 나은 조건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게 죄인 거 같은데.”


…….”


…….”




그 누가 차기 세대 최강의 드래곤 두 마리의 애정을 받으며 자라는 테츠야에게 그런 소릴 할 수 있을 것인가. 부모가 없는 걸 흠으로 잡았다간 구족이 멸문당할 판이다. 당장만 해도 테츠야는 대륙 제일의 황제도 가지고 있지 못한 크기의 보석 여러 개로 만든 모빌을 보다 잠들었다.


인간 부모가 버리지 않았다면 우릴 만났을 리도 없고. 내쉬의 말에 아카시는 우아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물론 그 부모를 알았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아무튼 테츠야가 성() 하나 없다는 건 말도 안 돼.”


……동감이다.”


, 좋은 생각 없어?”


…….”




잠깐, 뭔가 이상한데. 내쉬는 곰곰이 고민하다 아카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 너 유희를 그렇게 많이 다니면 유행하는, 그럴싸한 성 찾는 거 쉽지 않냐?”


테츠야는 인간이니 그리 오래 살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오래오래 갈 만 한 성이나 의미 있는 성을 붙여 주고 싶어서.”


그리고 대개 그런 것은 고대의 흔적에서 찾아야 하지. 그러니 틀어 박혀 있던 네 쪽이 나을 거 같아서.



 

뭔가 욕을 들은 거 같긴 한데. 내쉬는 찝찝한 기색으로 한참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쿠로코(黑子) 어때?”


쿠로코?”




 

땅바닥에 찍찍 긋는 글자를 알아본 아카시가 과연, 하고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쉬의 손에 쥐어진 것은 억만금을 준대도 구하기 불가능하다는 어느 보석이었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돌멩이라도 쥐어든 것처럼.




 

확실히 너나 나나 이름에 머리카락 색깔이 들어가지.”


그것 뿐 만이 아니다.”


그럼? ……, 혹시.”


지금은 없지만, 블랙 드래곤들이 유희할 때 그런 성을 썼었지.”




 

그 블랙 드래곤이 없어진 것도 내쉬 네 짓이면서 생각해주는 것처럼 웃지 마. 내쉬가 테츠야의 자랑을 하는 아카시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아카시도 굳이 입 밖으로 지적하진 않았다.





 

블랙 드래곤들이 제국의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을까. 블랙 드래곤의 차기 리더인 어린 해츨링이 같은 해츨링 내쉬에게 까불었다가 말 그대로 줘터지고 일족이 통으로 차원을 이동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 일은 드래곤 사이에만 알려진 것으로, 제국의 역사서에 무어라 기록되어 있는지는 몰랐다. 그래도 드래곤의 유희 중 사용한 이름인데 평판은 괜찮겠지.




 

역사서에 뭐라고 되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테츠야에게 블랙 드래곤의 위엄을 주는 건 괜찮지만, 혹시라도 이상한 수식어라도 붙어 있다면,”

 


그 땐, 가만있지 않을 거야. 빙긋 웃는 아카시는 마신보다도 더욱 두렵게 보였다.






 

그렇다. 이렇게 우연히 주워진 아기는 쿠로코 테츠야라는 완벽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 일이 뜻대로 돌아가지만은 않았으니……이 둘이 당시에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내쉬 골드 주니어!!!!!”


 

동굴을 흔드는 아카시의 노성에 내쉬가 급히 뛰어 나왔다. 뭐야, 뭐지?





 

테츠야가, 테츠야가…….”


테츠야가 왜?”


 

파르르 떨리는 아카시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던 내쉬의 눈도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츠야 머리 색깔이 하늘색이었어.”


…….”


푸른 하늘을 닮은 어여쁜 머리색은 참 마음에 들지만, 이름에 검다는 뜻이 들어 있으면서 하늘색 머리인 거 괜찮은 건가.”


눈동자……도 검지 않은데.”


피부색도 뽀얗고.”


……흑심?”


우리 테츠야의 앞날을 재수 없게 만드는 말은 금지야.”




두 용이 진지하게 이름을 바꿔야 하나 고민해봤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미 아기가 쿠로코 테츠야를 제 이름으로 인식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만, 내쉬.”


……?”


테츠야가 왠지는 몰라도 머리카락이 늦게 나서 색을 이제야 알긴 했다만, 왜 테츠야 머리카락이 검은 색이라고 생각했어?”


“?”


“?”




 

한참을 마주 본 뒤에 아카시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쉬, 인간들의 머리카락 색은?”


검은 색 아니냐?”


……제국의 수호자는 누구?”


헬리오스 1.”



 

세상에.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보석을 돌가루로 만들고 말았다.




 

헬리오스 1세가 세웠던 나라가 망한 지가 얼마나 지났는데. 요즘 인간들은 검은색 머리카락이 더 흔치 않은 거 몰라?”


검은색이 흔한 게 아닌데 왜 그 땐 아무 말 안 했는데?”


흔하지 않으니 역시 우리 테츠야, 라고 생각했다만.”


…….” 저거 팔불출이란 걸 잊고 있었다. 내쉬는 생각했다.



넌 유희 좀 다녀라. 세상 돌아가는 꼴은 알아야 할 거 아냐. 아카시도 속으로 불평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테츠야는 제게 주어진 이름을 퍽 마음에 들어 했고, 이름 문제로 서로가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구석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게 아카시가 주워 온 아기는 쿠로코 테츠야라는 이름을 유지하게 되었다.




행사가 있고, 수요가 있다면 언제든 재판할 예정인(..)

드래곤 육아일기의 샘플3입니다.

원래 여기까지 공개하고 선입금을 받았어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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