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샘플

녹흑 트윈지 샘플

에딘MOON 2018. 1. 13. 21:20

1. 발표


냄비 전골이 한참 보글보글 끓는 걸 보며 키세는 지루하다는 듯 젓가락을 휘휘 돌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기 모임은 언제나 즐겁고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하하호호 이야기가 오갈 때 일이다. 아카시 주최로 언제부턴가 시작된 이 자리는 표면적으로는 테이코 농구부 동창회이자 기적의 세대 친목 모임이었다. 하지만 실상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아카시 세이쥬로 때문에 - 다른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약속 잡기는 쉬웠으므로 - 모임이 열리는 경우라면 무언가 꼭 말하고 싶은 안건이 있을 때 뿐이었다.


모처럼 오프였는데 말임다. 직업병인지 속으로만 불퉁한 키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카시는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아카시 본인의 일도, 대신 말할 일도 아니구나. 그저 그 정도만 짐작할 뿐이었다. 말은 없지만 무라사키바라 역시 같은 생각인지 한참을 이리저리 멤버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포기한 모양이다. 어디, 아오미넷치는 어떠려나? 역시나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전골 속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키세는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그래서 대체 이번에 무슨 일로 모인 검까?"



전골이 끓어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더욱 진해지기 전에 총대를 메자. 아오미넷치, 눈치 없슴다. 고기가 그렇게 좋아? 전골 끓는 30분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고요. 키세의 말에 아카시는 힐끔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 보고 쿠로코와 미도리마를 연이어 바라보았다.



"그래, 이 쯤이면 말할 때도 되지 않았어?"


별다른 지적은 없었으나, 그도 꽤나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미리 귀뜸을 했던 모양이라 일찌감치 시간을 넉넉히 빼두었던 듯 하지만.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짜기라도 한 듯이 한날한시에 나온 두 사람의 말에 일순 방 안은 정적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이래저래 흔들리는 배춧잎 소리가 이렇게나 큰 줄, 키세는 그 날 처음 알았다.



"........하?"


그러니까 미도칭이랑 쿠로칭이 어쩌다 보니 같이 결혼 발표를 하는 거지? 잠시 이어진 정적 끝에 무라사키바라가 이 혼란스러움을 어떻게든 해줘,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결혼식 두 번이 설마 같은 날은 아니었으면 좋겠구- 정성을 다한 케이크 만들기는 하루 한 번으로 족하구-



묘한 기류를 없애려 실없는 소리를 중얼거린 무라사키바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미도리마와 쿠로코는 서로 잠시 눈을 마주 보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저와 미도리마군이 결혼합니다."


"아니라는 거다. 나와 쿠로코가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잠깐만, 대체 둘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는데?"




후일 키세는 그 날의 아오미네의 멍청한 모습은 생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케이크는 한 번 만들게 되었구-"




무라사키바라가 조그맣게 중얼거린 한 마디에는 많은 감정이 녹아 있었다.





"그래요, 많이 당황스럽슴다. 일단 오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주 긴 거 같은데요. 아카싯치가 왜 '료타, 시간을 넉넉히 빼두는 게 좋을 거야.' 라고 연락했는지 알 거 같슴다......이해력이 아무리 높아도, 지난 몇 년 간 함께 한 생활에서 티도 안 나던 두 사람의 연애사를 단 번에 파악하진 못하니까요."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하면 좋을까요. 그것이 기나긴 밤의 시작을 알리는 쿠로코의 첫 마디였다.









3월 통온에 아츠님과 트윈지로 '결혼' 주제어로 낼(...내고 싶다...) 녹흑 샘플입니다~.~